• 조선일보 2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23일 새벽 1시20분쯤 서울 서초경찰서로 중년남자 4명이 찾아왔다. 연행된 촛불시위대 4명을 면회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직 경찰은 "면회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이니 신청서를 써놓고 아침에 다시 오라"고 했다. 그러자 남자 한 명이 "(면회를) 시켜달라면 시켜주는 거지"라며 경찰관 목덜미를 왼손으로 후려쳤다. 곁에 있던 경찰관이 말리는 과정에서 남자의 머리를 쳤고 다른 3명이 지팡이 같은 것을 휘두르며 가세해 경찰서 로비는 20분가량 난장판이 됐다.

    몇 시간 뒤 인터넷 포털엔 "경찰이 시민을 집단폭행했다"는 글이 올랐다. "시민 한 명을 말똥 한 개짜리 박○○가 뒤에서 목 조르고 앞에선 사복형사가 샌드백 두드리듯 폭행했고 항의하는 사람을 넘어뜨리고 밟아댔다"고 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사람들은 그날 오후 경찰청을 찾아가 "민변과 상의해 폭행 경찰관들을 법적 조치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서초서는 온종일 전화부대에 시달렸다. 경찰은 견디다 못해 면회 왔다는 사람들이 행패를 부리는 장면이 담긴 50분짜리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선진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폭행범들은 현장에서 체포돼 중(重)범죄로 다뤄졌을 것이다. 그러나 서초서 경찰관들은 소란이 가라앉자 이 사람들을 "아침에 다시 오라"고 다독여 돌려보냈다. 공권력의 일선 손발인 경찰관들부터 주눅이 들어 있는 것이다.

    촛불시위와 관련된 사실 왜곡은 이것만이 아니다. 인터넷엔 지난 8일 전경버스를 망치로 부수고 경찰에 소화기를 분사한 사람이 경찰 프락치라는 주장이 돌아다녔지만 경찰이 붙잡고 보니 대학생이었다. 탈진해 쓰러진 전경 사진을 올려놓고 시위 여대생이 사망했다는 소문을 퍼뜨린 사람도 있었다. 경찰이 장애 여성 머리채를 잡아챘다는 사진은 알고 보니 팔목을 물린 경찰관이 손을 빼내는 장면이었다.

    지금 인터넷은 익명(匿名)의 가면을 쓰고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사람들에 의해 도배질되고 있다. 이걸 내버려두면 우리 사회가 어디로 떠내려갈지 모를 상황이다. 검찰·경찰이 없는 일을 날조하고 유언비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가려내 엄벌하는 수밖에 없다. 경찰서 안에서 행패 부리는 남자들에게 얻어맞고 그 사람들을 고이 돌려보낸 경찰관들도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