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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5일 사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전직 장관의 혹세무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지난달 어느 주간신문 기고에서 "미국 예일대와 피츠버그대 의학팀 실험결과 (미국에서만) 최소 25만~65만 명의 비공식적 인간광우병 환자가 치매환자로 은폐돼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수도 없이 언급된 내용이지만 미국에서 미국 쇠고기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김 전 장관이 인용한 예일·피츠버그대 논문은 미국 치매환자의 5~13%가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에 걸려 있다는 내용으로, 이 병은 쇠고기나 광우병과는 관련이 없는 질병으로 공식 확인돼 있다. 김 전 장관은 엉뚱한 병을 갖고 한 명도 확인 안 된 미국의 인간광우병 환자를 무려 65만 명이라고 했다. 혹세무민(惑世誣民)이 따로 없다.
이런 비슷한 날조가 광우병 파동 초기에 인터넷에 떠돌았다. 다른 장관도 아닌 농림부 장관이었고 지금은 지성의 상징이라는 대학 총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이런 황당무계한 인터넷 괴담을 퍼뜨리는 데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4월 초에도 22세 미국 처녀가 (인간광우병으로) 황천길을 떠났다"고도 했다. 이것도 완전 허구임이 드러났다. 이런 허무맹랑한 주장들이 방송이나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광우병 파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 전 장관은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아도 미국이 무역보복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는 농림장관 시절 중국산 마늘에 대한 긴급관세를 강력히 요구해 관철시켰다가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나라에 엄청난 손실을 끼쳤던 장본인이다.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없다.
김 전 장관과 너무나 대비되는 것이 광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다. 그중 한 학생은 최근 청와대에 "우리가 알고 있던 (광우병) 정보들이 거짓과 과장된 것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편지를 보냈다. 이 학생이 편지를 쓰게 된 것은 '근거를 들어 주장하기'수업이 계기가 됐다. 처음엔 학생들 대부분이 "옳은 것을 위해서는 불법도 괜찮다" "청와대를 부수고 불 질러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놀란 담임교사가 "욕을 하려면 알고 해야 한다. 문제를 조사하고 토론해보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조사 결과, "쇠고기 수입 검사를 우리가 했으면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자신들이 알고 있는 광우병 정보들이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이 아이들을 보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