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반대 시위 가담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 10일 경찰 추산 8만여명에 달하며 절정을 이뤘던 촛불시위대 규모가 11일 700여명으로 대폭 축소되더니 '6.15 공동선언'이라는 정치적 의미가 담긴 15일에도 2800여명 수준에 그쳤다. 17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8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자발적'이라고 주장하는 공영방송 개혁 저지를 위한 시위대를 합쳐도 1500명을 넘기 힘들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광우병쇠고기국민대책회의(이하 광대회)'라는 단체는 줄곧 참가 인원을 경찰 추산치의 열배 가량으로 부풀리며 불지르기를 꾀하지만 역부족이다.

    시위대가 감소한 주요 시점은 광대회가 촛불 민심을 이용해 '정권퇴진 운동'을 본격 주창하면서부터다. 먹거리 안전을 바라는 시민의 순수한 참여가 주를 이뤘지만 시위주도 세력이 정치적 세력화에 무게를 두면서 민심이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광대회가 쇠고기 문제가 아닌 방송 등 공공부문 개혁, 교육자율화, 대운하 프로젝트 등 새 정부가 관심을 두고 있는 주요 정책 반대 운동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한 첫날 일반 시민 참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쇠고기 재협상이 안되면 공기업 개혁에 반대하겠다"는 식의 정치 논리가 높아진 시민 의식에 침투하지 못한 까닭이다. 시위 현장에서는 반정부 세력과 일반 시민이 구분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또 광우병 괴담에 대한 사실 확인을 거치면서 과장, 왜곡된 부분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정부의 민심수습 노력도 진정성을 얻고 있다는 점도 원인이 된다. 쇠고기 논란을 촉발시킨 주요 동인이 됐던 MBC PD수첩 방영 내용 중 일부 오역에 대한 고의성 의혹까지 일고 있다. 주로 다우너 소에 대한 동물학대 고발 영상을 광우병소 도축 장면으로 오인하도록 한 장면이나 사망한 미국의 한 여성의 예를 들며 'CJD(Creutzfeldt-Jakob Disease, 크로이츠펠트야콥병)'를 전혀 다른 질병인 'vCJD(varint Creutzfeldt-Jakob Disease,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로 교묘히 혼동하도록 한 것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여기에 촛불을 부채질한 주요 세력이 친북 좌파적 성향이 뚜렷한 인물로 드러나지면서 본래 촛불시위대가 가졌던 '순수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광대회는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맥아더 동상 철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같은 반미시위를 일으킨 세력이 주도하고 있다. 인터넷 여론을 달군 주요 인물들도 정치 성향을 감추고 일반 시민인 양 행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국토론회장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호통을 치고 한 방송사 토론장에 나와 정권을 비난하며 관심을 끌었던 고려대생 김모씨는 2006년 학생 신분으로 교수를 감금한 일로 출교 조치를 받았으며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또 촛불이 식어가던 지난 12일 "촛불집회 진압을 거부해 육군 전환을 신청했다"고 알려지면서 일약 '양심선언자'로 떠오른 전경 이모 상경역시 민노당 대의원 출신으로 밝혀졌다. 이 상경은 "촛불시위에 직접 투입된 적이 없다"며 육군전환 요구 사유가 잘못 알려졌다며 해명까지 했다. 

    인터넷 여론도 상황은 크게 변화했다. 브레이크 없는 광우병 괴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지만 촛불문화제가 쇠파이프 시위로 변질되고,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초기 요구조건이 상당히 해결됐음에도 '시위를 위한 시위'로 이어진 데 대한 비판이 일면서 반대 여론이 급속히 성장했다. '구국! 과격불법 촛불시위반대 시민연대'의 한 회원은 "고유가 등 국제 경제상황 악화로 나라 전체가 어려운데 언제까지 시위놀이에 빠져서 국력을 낭비해서 되겠느냐"며 "쇠고기 논란이 매듭지어지는 만큼 이성을 찾고 제자리로 돌아가야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