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7일 사설 '사상 처음 정치파업 부결시킨 현대차 노조원들의 양심'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고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할지를 놓고 벌인 찬반투표에서 재적(在籍) 조합원 4만4566명 가운데 48.5%인 2만1618명만 찬성했다. 현대차 노조 규약은 '쟁의행위는 재적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으므로 파업은 부결됐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투표한 사람 3만8637명을 기준으로 하면 찬성률이 55.4%다. 공식 발표는 민노총에서 하게 된다"며 부결을 공식화하진 않았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부결시킨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만들어진 이래 작년까지 21년 가운데 1994년만 빼고 20년 동안 파업을 했다.

    이 찬반투표 결과는 노조원들이 파업에 얼마나 염증을 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현대차 노조원들은 지난 10일 촛불집회 참석을 명분으로 벌인 잔업 거부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해왔다. 노조 홈페이지엔 '왜 현대차 노조는 싸움닭처럼 민노총 정치투쟁에 동원되는 것인가'라는 비난 글들이 올라왔다. 작년 6월에도 많은 노조원들이 한·미 FTA 반대 파업에 반발하는 바람에 노조가 일부 파업일정을 철회해야 했다. 당시 울산 음식점들은 "파업을 하지 않으면 음식값을 10% 깎아주겠다"고 호소했다.

    현대차는 국내에선 독점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해온 기업이다. 그래서 비싼 값에 차를 팔아 노조원들도 떵떵거리고 살아왔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갈 수는 없다. 미국 경영컨설팅사가 얼마 전 발표한 '하버리포트'를 보면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은 차량 한 대 만드는 데 20.62시간을, 국내 현대차 공장은 30.3시간을 투입하고 있다. 노조가 허구한 날 파업으로 날을 지새우는데 노동생산성이 높을 리가 없다. 이런 식이면 회사는 공장을 해외로 보낼 수밖에 없다. 노조는 결국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꼴이다. 이젠 이런 사실을 노조원들도 알게 됐다.

    변하지 않는 것은 노조 전임자, 대의원, 상급 단체 파견 간부 등 일은 안 하면서 월급만 축내고 있는 600여명이다. 이 사람들은 주차장이 멀다고 파업하고, 음식점 주인들이 파업을 자제하란다고 '소비파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현대차 노조원들이 이런 '파업 중독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