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3일 사설 <헌정(憲政) 파괴하고 ‘인민 정부’라도 세우겠다는 건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1871년 3월 18일부터 5월 28일까지 70일간 프랑스 파리는 ‘민중 봉기로 수립된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자치정부’라는 코뮌(Commune) 치하에 있었다. 레닌이 훗날 ‘세계 역사상 최초로 시도된 노동계급의 사회주의 혁명 예행연습’이라고 극찬한 바로 그 파리 코뮌이다. 그런데 2008년 6월 서울 도심의 촛불시위를 놓고 ‘코뮌주의’가 거론되는 이유는 뭔가.

    이른바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를 ‘민중 봉기’로 규정하고, 민중이 ‘기존 헌정질서’에 포섭되기 전에 ‘혁명적 코뮌’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인터넷상에 띄웠다. “6·10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시민은 가까운 미래에 어떤 혁명을 할 것인가를 놓고 대중적 토론을 펼칠 호기를 맞고 있다”며 혁명을 기정사실화하는 글도 올라와 있다.

    극소수 급진주의자들의 선동에 불과하겠지만 정부의 쇠고기 협상에 실망해 시작한 순수한 촛불시위를 이렇게 변질시키려는 세력도 있음을 알게 하는 한 단서가 아닐 수 없다.

    ‘광우병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그제 성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20일까지 쇠고기 협상을 무효화하고 전면 재협상에 나설 것을 명령한다”면서 “이 정부가 주권자의 명령을 끝내 거부한다면 정부 퇴진을 위한 국민 항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주권(主權)의 의미조차 모르는 황당한 주장이다.

    주권은 국민 다수의 의사가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집약됐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다수 국민이 선출한 정부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 주권을 행사한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 또한 같다. 그런 정부에 대책회의가 무슨 ‘명령’을 한다는 말인가. 이러니까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제1조의 외피(外皮)만으로 국민을 선동해 헌정질서를 교란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 ‘광화문 코뮌’이라도 세우겠다는 것인가.

    대책회의에는 1700여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지만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과연 그들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