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심수습을 위한 내각과 청와대의 인적쇄신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9일 정진석 추기경 등 천주교 지도자들을 만나 여론을 청취한 것을 제외하고 다른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장고를 계속했다. 인적쇄신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인해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는 마지막 카드이란 점에서 이 대통령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국정난맥의 책임을 물어 청와내 일부 인사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 대통령의 고민은 더해졌다. 자칫 여권내 권력투쟁으로 비화되면서 민심을 더욱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여기에 장외로 나간 야당으로 인해 18대 국회 원구성마저 요원해지면서 내각 사퇴 이후 국정공백도 우려되는 점이다.

    여권내에서는 이르면 10일 국무회의 직후 한승수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이 일괄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10 민주항쟁 기념일인 이날 대규모 촛불시위가 예정돼있으며 뉴라이트전국연합과 국민행동본부 등 말없던 보수진영도 폭력시위를 반대하는 집회를 가질 방침이어서 이들의 충돌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다. 내각 교체는 6.10 항쟁, 6.15 남북공동선언 등 굵직굵직한 정치적 일정 이후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 참모진의 교체는 이보다 앞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지난 6일 전원 사퇴의사를 밝혔다.

    ◇ 청와대 쇄신폭 넓어질 듯 = 류우익 실장의 경질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는 상징성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인사파동의 총책임자로서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실장 후보로는 '여의도 정치'를 잘아는 맹형규 윤여준 박세일 전 의원이 거론된다. 수석급에서는 박재완 정무수석, 김중수 경제수석, 이종찬 민정수석,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등이 교체대상에 오른다. 또 최근 '사탄의 무리'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은 스스로 교체 폭을 넓혔다. 박재완 수석의 경우 사회정책수석으로 자리이동이, 대선과정에서 이 대통령 참모역을 담당했던 정종복 박형준 전 의원 등이 빈 자리를 메울 구원투수로 점쳐진다.

    한편 정두언 의원은 9일 의원총회에서 "인사실패가 무능 및 부도덕 인사로 이어져 결국 국정실패까지 초래했다"면서 "인사쇄신을 한다며 인사실패의 책임자는 그대로 있고 실패한 인사의 결과만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직접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류 실장,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 등의 교체를 요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결단이 그대로 행해질 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 박근혜 총리설 다시 고개 = 한승수 총리의 경우 국정공백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위기극복을 위한 총리의 사의 표명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된다. 박근혜 전 대표의 총리기용설이 또다시 고개를 든다. 바닥친 지지도를 회복하고 여권 화합 이미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다. 청와대 핵심인사는 9일 박 전 대표 총리설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유효하다"면서 "좋은 정국 수습 방안의 하나로 나온 것이며 택할 것이냐 마느냐는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내각에서는 쇠고기 논란에 미흡한 대처를 보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의 교체가 유력하다. 여기에 국고 모교지원 등 부적절한 처사를 보인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장관과 경제정책 수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등으로 개각 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여권내에서는 농림부에 홍문표 의원, 복지부에 전재희 의원이 새 장관 적임자로 일찌감치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