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신청 1주만에 3배나 급증, 후폭풍 공공→건설·민간으로 전방위 확산NTE 보고서 '비시장 관행' 명시염전노예·강제노동 이슈 거론,통상 압박GPU 입찰 배제 등에도 '비관세 장벽' 지목
  • ▲ 민주노총 투쟁선포대회. ⓒ연합뉴스
    ▲ 민주노총 투쟁선포대회. ⓒ연합뉴스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3주 만에, 산업 현장에서의 노사 간 긴장감이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나타나던 갈등 양상은 최근 건설업 등 민간 영역으로까지 번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해당 법을 언급하면서, 향후 '무역법 301조' 등을 근거로 통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노동 정책이 대외 통상 이슈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노동 정책으로 추진된 노란봉투법은 시행 초기부터 산업 현장과 국제 무역 환경 모두에서 적지 않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따르면 법 시행일인 지난달 10일부터 30일까지 접수된 교섭 관련 이의 신청은 총 268건으로 집계됐다. 시행 2주 차에 기록된 90건과 비교하면 일주일 사이 약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급증은 개정안의 핵심 조항인 '사용자 범위 확대'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기존에는 직접 고용 관계에 있는 사업주만 교섭 당사자로 인정됐지만, 개정 이후에는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까지 포함되면서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과정에서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며 현장 혼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분쟁의 초점은 교섭권 인정 여부와 사용자 측의 법적 의무 이행에 맞춰져 있다. 특히 복수 노조 환경에서 특정 노조가 별도 교섭권을 확보하기 위해 제기하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과, 사용자가 교섭 요구 사실을 제대로 공지했는지를 문제 삼는 '교섭요구 공고 시정 신청'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정 신청은 원청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하기 위한 절차로 활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청을 어디까지 사용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적 해석이 엇갈리며 갈등이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갈등의 무대도 빠르게 이동 중이다. 초기에는 공공기관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집단적인 대응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복잡한 하도급 구조를 가진 건설업계가 새로운 분쟁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동일 노조가 수십 곳에서 많게는 100여 개 건설사를 상대로 일괄적으로 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원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시험적 대응이 확산된 결과로 분석된다.
  • ▲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EPA 연합뉴스
    ▲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EPA 연합뉴스
    이와 동시에 국제 무역 환경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USTR이 공개한 보고서는 노란봉투법을 한국의 주요 노동 정책 변화로 언급하며, 이를 '비시장적 정책 및 관행' 범주에 포함시켰다.

    그동안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등은 사용자 범위 확대와 손해배상 제한 조항이 기업 활동에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번 보고서 반영은 향후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겪는 노사 문제를 무역 분쟁 사안으로 연결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 내 강제노동 문제도 별도로 짚었다. 전남 지역의 이른바 '염전노예' 사례를 언급하며,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유입을 차단하는 제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은 한국 태평염전의 천일염 제품에 대해 강제노동 의혹을 이유로 '인도 보류명령(WRO)'을 발동한 바 있다. USTR은 이러한 제품이 시장에서 유통될 경우 비용 왜곡을 통해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진행 중인 무역법 301조 조사에서도 한국 노동 환경이 주요 변수로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디지털 분야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보고서는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 미국 IT 기업들이 한국에서 마주하는 규제 환경을 '디지털 장벽'으로 규정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인프라 조달 과정에서 국내 기업 중심으로 입찰이 진행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외국 기업 참여가 제한됐다고 주장했다. 국가망 보안 체계(N2SF)의 물리적 망 분리 기준 역시 글로벌 사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망 사용료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해외 콘텐츠 제공업체(CP)에 망 이용대가를 부과하려는 입법 움직임이 국내 통신사 중심 구조를 강화하고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위치정보 데이터의 해외 반출 제한에 대해서도 한국을 '예외적인 규제 국가'로 지목하며, 글로벌 서비스 기업의 사업 운영에 지속적인 제약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노동, 디지털, 데이터 정책 전반을 둘러싼 문제 제기는 향후 미국이 무역법 301조 등을 활용해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번 NTE 보고서는 부정적 평가와 함께 일부 긍정적인 요소도 포함했다.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과 미국산 사료 수입 확대 등은 긍정적으로 언급됐지만, 쌀 국가별 쿼터(CSQ) 운영과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등 기존 농축산물 관련 쟁점은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