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7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살민주노총이 10일부터 14일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하기로 했다. 미국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에 대한 장관고시가 관보(官報)에 게재돼 미국 쇠고기가 수입되면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지금 경제는 벼랑 끝에 가 있다. 기름값이 치솟아 화물업자·자영업자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주부들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물가로 시장에 가기가 겁난다. 기업 투자심리도 잔뜩 얼어붙었다. 대통령 입에서 "경제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노조 하는 사람들도 이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선 노조들이 임금인상률이나 단체협약 내용을 알아서 결정해 달라고 사(使) 측에 맡기는 이례적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LS산전 장항공장, GS칼텍스, 금호석유화학, 대우조선해양, 동국제강그룹, 고려제강, 아모레퍼시픽 노조가 "회사가 잘돼야 조합원도 이득"이라며 임단협을 사 측에 맡겼다.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대한항공 노조는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임금 동결에 동의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노조가 나설 사안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 쇠고기 문제가 잘 수습되면 민노총 조합원들에게 이득이 돌아간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조합원 16만명의 다수는 자동차회사 직원들이다. 미국 쇠고기 문제가 교역분쟁으로 번지지 않아야 한·미 FTA가 양국 의회에서 순조롭게 비준받을 수가 있다. 그래서 미국 자동차시장이 활짝 열리면 자동차 수출이 늘어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더 많은 봉급과 보너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민노총이 소속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하는 노조라면 민노총 지도부는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총파업을 할 게 아니라 촛불 시위대에 자제를 호소해야 맞는 것이다.

    민노총이라고 해서 경제가 얼마나 나쁜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민노총 사람들이 자기들은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종업원들과 비교도 안 될 만큼 고(高)봉급을 받는 데다 노조의 보호로 해고 걱정도 할 필요가 없는 특권 노조라서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만일 그렇다면 민노총이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들 가슴에 못을 박고 있는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