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일 사설 '청와대 코앞에 밀어닥친 시위대를 보며'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광우병' 촛불 시위대가 5월 31일 밤 청와대 입구 1㎞ 앞까지 진출했다. 경찰은 경찰특공대 110여명을 앞세운 병력 1만명을 동원해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를 막았다. 시위대는 전경 방패를 빼앗고 도로 곳곳에 모닥불을 피워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다. 이날 밤새 계속된 시위에서 시민 100여명, 경찰 41명이 부상하고 228명이 연행됐다.

    촛불집회 자체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불법 부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청와대 코앞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밤새도록 시위를 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광우병 걸릴까 봐 꺼림칙한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 쇠고기 먹고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명백한 사실까지 믿지 않겠다면 대화가 불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광우병에 대한 불안을 표출하는 데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시위대에는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 장애인도 섞여 있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제 취임한 지 석 달이 겨우 지난 대통령을 향해 "물러가라"고 하는 것이나 지금 시대에 "독재 타도"를 외치는 것도 순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위 진압에 경찰특공대를 동원한 경찰도 문제가 있다. 이날 청와대 앞에서 경찰특공대는 전면에서 시위대와 몸싸움을 벌이며 사람들을 연행했다. 경찰특공대는 88올림픽 때 테러에 대비해 만들어졌다. 경찰이 동원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을 일반 시위대와 맞서게 한 것은 지나쳤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경찰은 물대포도 작년 3월 FTA 반대 시위 이후 처음으로 동원했다. 물대포에 얼굴을 맞은 70대 노인, 20대 여성들이 응급실로 실려갔다. 경찰이 쓰러진 여성의 머리를 밟는 동영상도 인터넷에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 시위 해산에만 급급한 진압이 어떤 역작용을 불러올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시위는 진압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분노를 어떻게 진정시키느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정부의 대응은 불은 산에 번지는데 물은 개천에 뿌리는 격이다. 이번 사태를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은 물대포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