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은 27일 오후 2시 임채정 국회의장에게 '한미FTA 비준동의안처리 본회의직권상정 재건의서'를 전달하려고 의장실을 네번째 항의방문했다. 그러나 임 의장은 외부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얼굴을 보이지 않았고 박우섭 비서실장이 이들을 대신 맞았다.

    안 원내대표는 "의장이 어제도 안나오시고, 오늘도 안나오시고 우리를 만나기 싫어하는거 같다. 우리를 피하는거 아니냐. 우리를 만나기 싫어하는가봐"라고 물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도 "일부러 피하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박 실장은 "의장께서 몇번이나 말했지만 의회가 합의와 다수결의 원칙을 구현해야 하는데 한미FTA와 같이 중요한 사안을 여야간 합의 없이 직권상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며 "합의가 안된다면 과반수 의원의 서명동의가 있어야 직권상정을 생각해보지…이렇게 하는건 합의와 다수결이라는 원칙을 지켜온 국회의 의사 진행을 무시하는 행위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명동의를 하라는 말에 안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의원, FTA찬성 기자회견을 한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자료아니냐"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FTA를 찬성하는 자당 의원들을 다 막고 있는데 (서명동의를)해주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박 실장은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와 합의를 하든지 과반수라도 (서명을)받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의결정족수 부족이나 안건의 부결과 같은 나쁜 관례를 남길 수 있다"며 '직권상정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 원내대표는 "FTA 얘기만 하면 김효석 원내대표가 (전화를)끊어버린다"며 FTA합의에 비협조적인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했다. 차명진 원내부대표도 "합의서명 받아오라는 거는 이제 (17대 국회가)다 끝나니깐 하는거 아니냐"면서 "이러면 곤란하다"고 따졌다. 차 원내부대표는 "이건 국회의원들의 의결권을 의장이 묻어버리는거다"고 비판했다. 박 실장은 "의장은 한나라당이 자꾸 '직무 유기'라고 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긴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차 원내부대표는 "지난 번엔 특검 했지 않느냐, 특검 땐 직권상정해놓고…그때 서명받아오라고 했느나"고 대응했고, 심 원내수석부대표도 "의장이 FTA 저지에 일조를 하고 있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안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의원, 민주당 찬성 의원, 무소속 의원들 합치면 충분하지 않느냐, 170명은 되는데… 지금껏 서명해오란 말 없다가 이제와서…"라고 말했다. 또 심 원내수석부대표는 "임 의장이 지금 이러는 건 FTA를 저지하는 데 큰 기여를 하는거고 역사적으로 매우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은 박 실장에게 '한미FTA 비준동의안처리 본회의직권상정 재건의서'를 전달한 후, 이번에는 민주당 김 원내대표를 면담하러 갔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측은 "지금 손님을 만나는 중이라 면담을 할 수 없다. 연락을 하고 오라"고 내쳤다. 안 원내대표는 "전화를 하면 피해버리고, 만나는 걸 피하는데 왜 그러느냐"며 "만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자 김 원내대표는 기자단을 빼고 면담을 하자는 조건을 걸었다.

    김 원내대표와의 면담이 끝난 후 안 원내대표는 "아예 FTA에 대해서는 손톱만큼도 안들어간다. '이미 끝난건데 필요없다'고만 한다"면서 "협상 얘기를 아예 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부분 좋은 협상조건을 냈는데도 민주당이 아예 협상조건을 낼 의향도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옆에 있던 차 원내부대표도 "정치적으로 끝났다"고 짤막하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