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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모시고 원내대표 한 번 했으면 했는데…"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
"원내대표가 아니라 나를 모시고 총리를 했어야지…"(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홍준표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가 27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를 찾아 나눈 대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쇠고기 파동, 18대 국회 원구성 등 주요 정치현안에 민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홍 원내대표는 이날 손 대표를 찾았다.
두 사람의 사이가 각별한 까닭에 이날 만남 역시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깊다. 99년 의원직을 상실한 뒤 미국 유학을 간 홍 원내대표는 손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동고동락 하며 인연을 만들었다. 홍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쟁이 '이명박-박근혜 2강, 손학규 1중' 대결 구도로 흐를 당시 가장 먼저 손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당시 홍 의원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손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 역시 한나라당을 탈당 할 당시 홍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정치를 함께 할 것을 권유했고 탈당 전날에도 손 대표는 홍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탈당을 알리는 등 두 사람의 친분은 남달랐다. 비록 각자 반대편에 서서 만났지만 사석에서 형님 동생하는 두 사람은 이날 만남에서도 서로를 격의 없이 대했다. 손 대표는 자신의 국회 대표실로 홍 원내대표가 들어오자 "아! 축하합니다. 잘 됐어"라며 반색했고 홍 원내대표 역시 "고맙습니다"하며 고개를 숙였다.
손 대표는 불편함 없이 농담을 섞어가며 홍 원내대표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손 대표가 "잘됐어. 홍준표로도 잘 됐고, 한나라당으로도 잘 됐어. 이제 민주당은 야당인데 홍준표 입을 어떻게 감당하나"라고 말하자 홍 원내대표는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홍 원내대표도 손 대표를 거리낌 없이 대했다. 가장 민감한 문제인 한·미 FTA 문제도 곧바로 꺼냈다.
홍 원내대표는 "오늘 중앙일보 기사를 봤습니다.(손 대표가 26일 민주당 워크숍에서 18대 국회에선 FTA 문제에 전향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버락 오바마(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가 (한·미 FTA를) 불평등 조약이라고 했겠습니까. (어제 손 대표 발언은) 18대 국회를 열자마자 FTA를 처리하겠다는…"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내가 어제도 얘기했지만, 이 얘기는 듣기 싫겠지만 이번에 FTA가 안 된건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야. 한·미 쇠고기 협상을 엉망을 만들어왔기에, 사실 총선이 끝나면 그런 부담도 좀 있겠다 싶어 총선 끝나자 마자 쇠고기 협상을 그렇게 해놨으니…"라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도 손 대표는 "지난번에 이 대통령 만났을때도 쇠고기 재협상이 안 되면 FTA가 안 된다는 부정적인 얘기보다 (이명박 정부가) 먼저 쇠고기 재협상 의지를 보여줘라 그러면 FTA가 가능하다고 긍정적으로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언론에 공개된 대화가 깊게 흐르자 홍 원내대표는 "나중에 제가 대표가 되고 난 뒤에…"라며 흐름을 끊었고 손 대표는 이에 "지금 (원내대표가) 아니야?"라고 물었다. 홍 원내대표는 "나중에 30일(18대 국회 개원일)에…"라고 답했다. 다시 두 사람은 농을 주고 받았다. 홍 원내대표가 거듭 "나는 서두에 얘기했듯 형님 모시고 원내대표 하고 싶었는데 어째 이래됐습니다"고 하자 손 대표는 "원내대표가 아니라 나를 모시고 총리를 했어야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홍 원내대표는 "그래요. 한번 할 수 있으면…"이라고 말한 뒤 "진짜 같이 모시고 일하려고 했는데… 오늘 터놓고 얘기하고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