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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원내지도부가 한미FTA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 직권상정을 요구하며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데 대해 임채정 국회의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22일 오후 의장실에서 면담을 갖고 "비준 동의안처리 방법은 직권상정 외엔 없다. 지금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 농성까지하고 있다"며 "간곡히 직권상정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임채정 국회의장은 "요즘 들으니까 안 대표가 날 비난한다고 언론에 나오는데…"라고 직접 불만을 드러내며 운을 뗐다. 임 의장은 "직권상정이란 다수결의 원칙, 곧 다수의 의사가 소수의 물리력등에 의해 저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하면서 "현재 FTA비준안에 다수당이 반대하므로 직권 상정을 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에 안 원내대표가 "국회법에 의하면 의장 직권상정은 정상적인 표결이 방해되고 있을 때 행사하는 것"이라고 반격하자, 임 의장은 "그건 법을 해석하는 안 대표의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비정하게 들릴 지 모르나 이건 국회의 근본에 관한 문제다. 내가 출신 정당이 민주당이어서가 아니라 이게 원칙이다. 여러분도 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임 의장은 이어 "FTA에 대해서 한나라당이 다른 당과 더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 뒤 "나한테 와서… 내가 볼 때 불가능한 일을 왜 그렇게 요구하느냐"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직권상정은 관행으로 유지된 것이다. 국회에서 함부로 관행을 깨면 안된다"고 거듭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충환 의원은 "원래 이 법안은 민주당이 내건거다. 그 법안을 낸 의원들과 한나라당 그리고 플러스 알파가 되면 다수가 되는데 왜 의장은 지금 다 반대로만 보느냐, 잘못된 논리 아니냐"고 묻자, 임 의장은 "이 법의 취지는 그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김정훈 의원이 "FTA 처리 문제가 중요하다는거 알지 않느냐, 경제 난국 타개하기 위해 FTA처리 해야한다. 마지막 국회에서 직권 상정해서 투표하자는건 국가적으로 중대 법안이기에 그런거 아니냐"고 따져묻자, 임 의장은 "자꾸 동어반복하게 만들지 말라"고 말을 잘랐다. 이에 김 의원은 거듭 "국가위해 직권상정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임 의장 또한 "다 중요한 문제다. 표결로 부치는 건…안중요한 문제가 어딨느냐"며 맞대응했다. 임 의장은 또 "FTA비준안은 18대에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니까 18대에서 한나라당 의장이 직권상정하라"고 말한 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거부했다고 비난하는 처사는 잘못된 일"이라며 거듭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본회의가 끝나자 한미FTA 비준동의안 통과를 촉구하며 본회의장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