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한·미 쇠고기 재협상에 나설 뜻이 없어 보인다. 야당과 비판 여론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뤄뒀던 장관고시 역시 강행할 계획이다.

    이 경우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매우 제한적이다. 자유선진당 및 민주노동당과 함께 정운천 농림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정부의 한·미 쇠고기 협상을 뒤집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을 추진 중인데 두 조치 모두 실현이 버거운 상황이다.

    정 장관 해임건의안은 여야 표대결로 간다면 산술적으로는 통과가 가능하다. 해임건의안에 동참한 야 3당의 의석수를 보면 민주당이 136석, 선진당 9석, 민노당 6석으로 151석에 달해 재석의원 과반수 찬성이라는 통과요건이 충족된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선 낙선자의 본회의 참여를 장담할 수 없고 이번 쇠고기 파동을 정 장관 개인 책임으로 떠넘기는 모양새가 부담스럽다. 더구나 수의 힘으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면 18대 국회에서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해임건의안 처리에 "좀 부담스러운 면은 있다"고 털어놨다. "낙선자들의 참석을 확신할 수 없어 힘들고 고민"이라고도 했다. 

    당론으로 제출한 '가축전염병 예방법'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상정조차 못한 상황이다. 위원장이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이라 법안 처리가 쉽지 않다. 김진표 의원은 22일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당론으로 발의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한나라당은 농해수위에서 오늘이라도 상정해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한나라당 역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어 사실상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힘들다.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한·미 쇠고기 협상 국정감사도 추진할 뜻을 천명한 바 있다. 김효석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당 회의를 통해 "청문회만 갖고는 여러가지로 부족하다고 느꼈다"면서 "국정감사를 추진해 추가로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당 내부에서 조차 역부족이란 관측을 하고 있다. 최 대변인은 국정조사 추진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극히 제한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부에서 점차 '장외투쟁'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내대표는 "정부에선 아마 대통령 담화를 끝내놓고 어물쩍 주말이나 다음 주 국회가 끝나면 장관고시를 강행할지 모른다"면서 "국민과 전쟁을 치르고 싶다면 장관고시를 하라"고 경고했다. 또 "장관고시를 강행한다면 우리는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동안 유보했던 행정소송과 위헌소송도 제기해 법적조치도 함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원내사령탑이 직접 장외투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선 장외투쟁 주장이 적지않다. 아직 공론화 되진 않았지만 사적으로 장외투쟁을 요구하는 인사들이 있다는 게 최 대변인의 설명이다. 최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 뒤 일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점점 의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소멸되고 있다"면서 "국회 밖으로 내몰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야당이 의회에서 할 일이 없어지면 그야말로 국민과 소통하는 일 밖에 없다"고 했다. 선택할 수 카드가 없고 결국 장외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최 대변인도 "장외투쟁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마지막 수단"이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국회 밖으로 내몰리는 느낌"이라고 하지만 민주당이 실제 장외투쟁을 하기엔 부담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장외투쟁이란 극단적 조치에 여론이 호의적일지도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도 일단 여론의 동향을 살펴 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대변인은 "상처 입을 각오를 해야 하고 당사자들에게도 매우 괴로운 일"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