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 열린 촛불 집회 현장에서 한 젊은이가 김밥을 파는 할머니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은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던 지난 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집회가 진행되던 중 'Y-3가로 정비'라고 적힌 빨간 조끼를 입은 20대로 보이는 한 청년이 김밥을 파는 할머니를 폭행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청년은 할머니에게 김밥을 팔지 말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할머니와 말다툼을 벌어지자 김밥이 담긴 대야를 발로 차고, 할머니를 발로 차고 때린 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짓밟았다. 

    폭행을 가한 청년은 청계천 일대에서 노점상 활동을 단속하는 서울시 고용 용역업체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측은 김밥할머니 폭행사건에 대해 "젊은이가 할머니로부터 욕을 듣고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또 가해 청년은 "할머니로부터 심한 욕을 듣고 순간적으로 자제하지 못했다"며 폭행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젊은이를 찾아내 구속해라"고 질타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설사 할머니가 잘못했다 해도 노인을 팬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정말 나라 망신이다. 그것도 백주 대낮 사람들 많은 곳에서…(아이디'무릉도원'), "피가 거꾸로 치솟음을 느낀다. 동영상을 본 후 지금도 자판에 올려놓은 손이 떨린다. 어찌 저럴 수가 있나"('안단테-장무기'), "노인들을 때리는건 말로만 들었지 동영상으로 보긴 첨이네요. 저런 인간을 구속 안하면 세상에 누구를 구속하리오"('-다다-')등이 젊은이의 폭력에 공분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시청 홈페이지에서도 네티즌들의 항의 글이 줄을 이었다. 네티즌들은 게시판에 "한국인이라는 게 부끄럽다. 내 홀어머니도 가능하면 어디 나가시지 말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아이디'김원민'), "하루에 몇 천원 안되는 푼돈 벌려고, 살아보겠다고 하는건데… 할머니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준 저 사람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조현아') 라는 글을 올려 가해 청년을 비난했다. 또 네티즌 '홍경표'는 "이건 분명 서울시에 소속된 사람의 행동이다. 따라서 서울시에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한다" 며 서울시를 질타하는 의견을 올렸다.

    한편, 19일 오후 종로 경찰서에 자진 출석한 가해 청년(박모. 23)은 경찰조사에서 "할머니에게 심한 욕을 듣고 순간적으로 자제를 하지 못했다"며 "할머니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할머니께 '여기서 하지 말라'고 대여섯번 말로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너는 부모도 없냐' '평생 용역이나 해먹고 살아라'는 등 욕을 하면서 멱살을 잡아 나도 모르게 그랬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며 "할머니께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 미안한 감정이 북받쳐 자진출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서울시는 19일 대시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를 입은 할머니와 시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며 놀람을 금치못했을 시민들에게도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방태원 가로환경개선추진단장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이번 일이 민간용역업체 직원에 의한 것이었다고는 하지만, 시민들이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와 같은 분이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하는 심정을 통감한다"면서 "다시 한번 피해를 입은 할머니와 시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강조했다. 사과문은 또 "김밥 할머니를 폭행한 용역회사 직원 박모를 경찰에 고발조치했다"면서 "용역업체에 대해서도 해당 단속원 해고조치를 요구함은 물론 진상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계약해지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 할머니를 찾아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처벌 의사와 상해 여부 등을 물어보고 박씨에 대한 형사입건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