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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하루만에 돌변했다. 4·9총선 하루 뒤인 10일 열린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자당 총선 성적을 "제1야당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의석을 얻은 것은 국민이 질책과 함께 버틸 바탕을 마련해준 것"이라고 자평했던 그였는데 하루 만에 수도권 참패 원인을 '당 정체성'문제로 규정하며 총선 결과를 비판한 것.
박 대표는 11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뒤이어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우리는 81석을 얻어 선전했다. 대선 참패를 생각하면 나쁜 성적은 아니다"며 긍정적인 평을 내놨으나 곧바로 "우리 목표는 100석이었고 이는 개헌저지선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하며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박 대표는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후보 등 중요 인물이 국회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면서 "지역별로 보면 우리가 서울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뼈아프다"고 했다.
박 대표는 "왜 서울을 잃어버렸는가"라고 물은 뒤 "당의 정체성, 정책 노선이 선명히 부각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 참패에서 가져온 노선을 그대로 가져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서울 여론 주도층에 있었던 것 같다"면서 "그 점에 있어서는 경제성장,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동시에 서민 등 소외계층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냄으로써 국민화합, 정의구현 사회를 확실히 할 수 있었으면 서울에서 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점은 체제 정비때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개월 뒤 있을 전당대회를 통해 '당 정체성'을 재정립하자는 주장인데 박 대표는 "확고한 당 정책 노선을 국민에게 인식시키며 야당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방향도 제시했다. 박 대표는 "목표는 두 가지"라며 "한나라당 독주를 비판 감시 견제하는 것과 소외계층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한 뒤 "두 목표를 위해 당선자 한 사람이 두 사람 몫을 한다는 각오로 자기 쇄신을 하고 정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이날 발언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있을 '당 정체성' 시비 논란을 조기에 점화시킨 셈이다. 손 대표와 공천문제 등을 두고 번번히 신경전을 벌여온 그 였는데 손 대표의 전당대회 불출마 발표 하루만에 '정체성' 문제를 꺼낸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더구나 박 대표는 손 대표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전당대회를 치러 당이 안정된 체제로 18대 국회에 임하도록 하겠다"며 전당대회 시기를 앞당길 의사를 밝히자 마자 곧바로 '정체성'과 '노선 변화'를 들고나왔다. 박 대표 역시 차기 당권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한 명인데 그의 이날 발언으로 당권 경쟁은 조기에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