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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50%를 밑돈 투표율이 문제였다. 9일 오후 6시 각 방송사의 4·9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2분 앞두고 서울 당산동 당사 6층의 선거종합상황실을 찾은 손 대표의 표정은 비교적 담담했다. 참석한 지도부 인사들과 당직자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입장한 손 대표의 표정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웃음을 보이기도 했고 자신만 제외하고 모든 참석자들이 유세 기간 동안 입었던 초록색 겉옷을 입고있자 "나만 정장을 입고 나왔나"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사 출구 조사 결과가 나오자 손 대표의 표정은 점차 어두워졌다. 본인의 선거 결과마저 박진 한나라당 의원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손 대표의 표정은 굳어졌다. 각 방송사 출구조사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던 손 대표에게 한 기자가 "대표님 소감 한마디 해주시죠"라고 묻자 손대표는 질문한 기자를 한 번 쳐다본 뒤 웃고 말았다.
손 대표는 계속 침묵했다. 지도부 역시 방송 모니터만 지켜봤다. 이렇게 20여분간 시간이 흐른 뒤 손 대표가 말문을 열었는데 그가 가장 먼저 한 발언은 "투표율이 얼마지?"였다. 박선숙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에게 물었는데 그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46~47%정도 됩니다"라고 보고하자 손 대표는 고개를 숙이며 "응"하고 답했다. 표정은 더 굳었다.출구조사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자 손 대표는 "언제나 그렇듯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50%에도 못미친 투표율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손 대표는 "최종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저조한 투표율을 보고 민주주의에 상당한 위기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이어 "예상대로 한나라당이 거대 여당, 우리 생각 보다 더한 거대여당이 되면 이 정부의 독선과 독주를 어떻게 견제할지 더 큰 책임을 느낀다"면서 "결과에 상관없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야당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35분 경 입고 있던 초록색 당 옷을 벗고 양복으로 갈아입었고 40분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예상했던 것과 어떠냐"는 질문에 "출구조사를 지켜봐야 한다"고만 답한 뒤 일체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른 참석자들도 말을 아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자 마지못해 "예상대로"라는 짤막한 답변만 했고 김원기 김원웅 추미애 의원 등도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김진애 비례대표 후보는 "투표율이 45%인데… 투표율이 낮으니까 경합 지역이 다 넘어갔다"고 한탄했고 김상희 비례대표 후보 역시 "아휴"하고 한숨만 쉰 채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당 관계자들도 "예상은 했지만…"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