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율 하락은 뚜렷한데 4·9 총선 판세는 통합민주당에 유리하지 않다. 선거는 중반으로 접어들었는데 민주당은 "판세가 어렵다"고만 한다. '읍소전략 아니냐'는 의혹에 "사실이다"고 반박한다. '왜 정직하게 판세를 내놓느냐'고 물으면 "그만큼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손학규 대표부터 연일 "어렵다"고 강조한다. "분위기는 달라졌다"고 하지만 "실제 내용은 좀 어렵다"는 게 손 대표의 주장이다. 손 대표의 말처럼 분위기는 지난 대선과 크게 다르다. 총선 승패를 좌우할 수도권에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율이 급격히 빠지고 있다. 문제는 이탈한 지지층이 민주당으로 이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도권 바람몰이를 위해 '손학규-정동영 서울 동반 출격' 카드까지 꺼냈지만 손 대표와 정 후보마저 낙선할 판이다. 두 사람은 각각 서울 북부와 남부 지역을 맡아 후보 지원유세를 돌며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오히려 지원사격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여론을 움직일 굵직한 이슈는 여러 개 터졌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비판여론이 크다. 한나라당의 안정론 보다 민주당의 견제론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오름폭이 좁다. 선전하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은 당의 지원사격보다 후보 '개인기'로 버티는 상황이다. 손 대표는 최근 쟁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선 대표 공약이던 '한반도 대운하'의 밀실추진 및 한나라당 총선 공약 제외부터 일산 어린이 유괴 미수 사건까지 전방위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대운하의 경우 당에 '대운하 저지 위원회'를 만들어 연일 비판하고 있다. '대운하 저지를 위해선 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를 유권자에게 설파하고 있고 손 대표 역시 유세 때 마다 빼놓지 않고 대운하를 꺼낸다. 매일 오전 열리는 당 중앙선거대책회의에선 최근 터진 이슈들을 모두 꺼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손 대표의 고민은 그럼에도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1일 당은 대표부터 대변인과 당 총선기획단까지 총출동해 '읍소 전략'을 펼쳤다. 손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 보고 엄살떤다는 언론도 있는데 한나라당은 엄살 떠는 것 같지만 우리는 엄살이 아니라 정말 어렵다"고 했고 유종필 대변인은 "우리 당은 호남과 수도권 극소수 지역만 우세하다. 그나마 수도권에서 앞선 지역도 초박빙이라 장담할 수 없다. 초박빙 지역에서 절반을 이긴다고 해도 전체 의석은 비례대표를 합쳐 80석 안팎 밖에 안 되는 어려운 상황이다. 거기다 선거 막판 여당 지지층 결집으로 (우세경합지역 마저) 열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선숙 총선기획단 부단장도 브리핑을 통해 "오늘 당장 투표한다면 한나라당은 200석 가까이 얻을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60~65석 밖에 못 얻는다"면서 "이유는 낮은 투표율 때문이다. 투표율이 저조하면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5%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부단장은 이어 "상황이 심각하다. 견제론이 수도권 중심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견제론에 동의하는 분들이 다른 야당으로 분산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많은 경합지역에서 지지세력이 결집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전통적 지지층인 50, 60대의 높은 투표율이 열세를 만회해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읍소 전략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자당에 유리한 쟁점을 갖고도 제대로 이슈화 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당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대운하 카드 정도만이 효과를 본 상황인데 이 마저도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대응하지 않자 이슈는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더구나 이번 총선이 '한나라당 대 한나라당' 구도로 흐르고 있는 점도 민주당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선거가 중반으로 접어들었는데 여론의 시선은 박근혜 전 대표의 움직임에 쏠린 상황이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빠져도 민주당 지지율 상승 하는게 아니라 친박연대 지지율이 껑충 뛰었다. 여론의 관심 역시 선거 이후 전개될 정계 개편에서 박 전 대표와 그 측근들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쏠리고 있다. 손 대표의 고민은 이런 국면을 타개할 마땅한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손 대표 본인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