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박연대와 일부 무소속 출마자들의 '박근혜 마케팅'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넘어 '짝퉁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박근혜 우려먹기' 차단에 적극 나섰으며, 친박진영끼리 충돌하는 선거구에서는 후보간 신경전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다.

    ◇ "누가 진짜 친박이냐", '짝퉁' 논란 = 강재섭 대표는 29일 경북 구미 유세에서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데 나간 사람들이 친박연대니 하며 그 이름을 팔고 있다"고 비난한 데 이어 31일 부산에서는 "곳곳에서 친박연대, 무소속 연대라는 말을 쓰면서 엄연히 한나라당에 있는 박 전 대표의 이름과 모습, 영혼을 팔고 있는 후보들이 많다. 그 분들은 한나라당 당원이 아니다"고 직격했다.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박 전 대표를 탈당자들이 자신의 선거에 이용하고 있는 '이상한' 상황에 대한 비판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를 팔아 자신들의 정치적 재개를 도모하려고 하는 분들이 있지만 그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안 원내대표는 특히 친박연대가 일간지 광고에서 박 전 대표의 사진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 공천은 박 전 대표 죽이기며, 그래서 그의 수족을 잘랐다고 돼있었다. 이 분들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지 의심스럽다"면서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수족은 전부 다 있다. 지금 공천을 받아 열심히 뛰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몇몇 후보가 '당선되면 한나라당에 들어간다'고 호도하고 있다. 어떤 분은 한나라당 대문을 부숴서라도 들어가겠다고 하고, 어떤 분언 박 전 대표 중심의 정계개편을 해야한다는 등 정치적 술수를 쓰고 있다"며 "유권자 표심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원 결집도, 충성도를 약화시키는 일 자체가 더 중요한 해당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면 박 전 대표 지지모임인 박사모는 '진짜 친박'을 선정하고 이들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사모 정광용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출마하는 자유선진당 곽성문 후보, 친박연대 홍사덕 조원진 박종근 후보, 무소속 이해봉 후보가 '진품' 친박후보"라며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박 전 대표까지 배신한 '원조 짝퉁'이며 '짝퉁들의 대부'로 나서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당한 출마자가 '진짜'며 한나라당 공천자들은 '가짜 친박'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이들은 또 "짝퉁 박사모마저 나서 짝퉁들의 잔치에 혼돈을 더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나도 친박인데…", 친박끼리 '박터지는' 경우도 = 출마자들이 박 전 대표와 친분을 과시하는 행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박 전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장의 빈소를 찾은 지난 27일 한나라당 후보자는 물론, 친박연대와 무소속 출마자까지 얼굴을 나타냈다. 이들 다수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뜻에서 선거운동 잠정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자유선진당 곽성문 후보는 아예 명함에다 '박근혜 지킴이'라고 새겨 박았다. 홍사덕 후보를 비롯해 '친박'을 내세운 대구경북지역 후보자들은 플래카드와 선거사무소에 박 전 대표 사진을 경쟁적으로 삽입했다. 부산지역 무소속 출마자들은 공동 총선 출정식을 벌인 데 이어 "박근혜를 지키고"라는 문구를 모든 홍보물에 통일해 사용키로 했다. 친박연대의 선거구호는 '살아서 돌아오라'는 박 전 대표의 메시지에 화답하듯 "꼭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글귀를 선거구호로 정했다. 이들은 "박근혜를 도운 것이 죄인가요"라는 글귀를 중앙당 홈페이지 전면에 내걸었으며, 이날 일간지 광고에 박 전 대표의 사진까지 삽입해 논란을 불러왔다.

    일부 지역에는 친박끼리 맞붙는 경우도 발생, 신경전이 벌어진다. 부산 사하갑에 출마한 한나라당 현기환 후보는 친박연대 엄호성 후보와 경쟁하고 있다. 현 후보는 박 전 대표 대외협력단부단장을 선관위 신고 경력에 포함시켰다. 한나라당 강석호 후보가 출마한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에는 이귀영 후보가 '친박연대' 타이틀로, 무소속 김교찬 후보는 박 전 대표 특보 경력을 내세워 다투고 있다.

    특히 영남권 많은 후보자들의 선거현수막이 한나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 바탕에다 박 전 대표의 사진까지 혼용되고 있어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어느 당인지도 모르겠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상황이 이쯤되자 박 전 대표가 나서서 정리해야한다는 소리도 커진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제 (박 전 대표가) 다시 생각을 좀 바꿔야겠다"면서 "정치는 과거를 향해서 가는 게 아니라 미래를 향해서 가는 것 인만큼 공천 과정에서 섭섭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한나라당을 위해서 또 대한민국을 위해서 큰일을 해주셔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