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4·9 총선의 막이 오르자 '위기론'을 설파했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자당 지지율은 소폭이나마 상승하고 있는 상황인데 손 대표는 오히려 자당의 "우세지역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최근 쏟아지는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위기론'은 한나라당에 어울릴 법한데 민주당이 '읍소모드'로 전환했다. 그것도 대표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는데 그가 내놓은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다. 물론 최근 소폭이나마 당 지지율이 회복되는 만큼 손 대표도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내용은 좀 좋지 않다"(28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고 주장했다.

    이런 손 대표의 '읍소모드' 전환을 두고 당 안팎에선 여권이 위기론을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있는데 대한 대응차원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당 내부와 지지층의 긴장감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로 대표가 직접 경계심을 불어넣으려 한 것이란 설명이다. 선거 막판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당 내부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란 것인데 '위기론' 카드까지 꺼낸 손 대표의 고민은 지지층 결속력이 약하다는데서 출발한다.

    28일 오전 손 대표가 '위기론'을 꺼낸 뒤 박선숙 총선기획단 부단장은 이를 좀 더 구체화 했다. 박 부단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최근 이슈가 되는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하지만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난 주 보다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원인에 대해선 "근래에 일부지역 여론조사가 보도되면서 선전하는 양상으로 비치는 것이 내부의 긴장감을 이완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체 조사결과 열세 경합지역이 일부 더 추가됐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에서 두 곳 정도 늘었고 호남에서는 경합지역이 7곳에서 9곳으로 늘었다고 박 부단장은 밝혔다.

    선거는 호전되는 분위기인데 열세 경합지역이 늘어나는 원인에 대해 박 부단장은 "우리 쪽 (지지층의) 결집도가 낮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손 대표 역시 "한나라당이 분열하면서 거꾸로 한나라당내 지지자들이, 지지층 결집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나라당 위기가 오히려 민주당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것인데 손 대표의 고민은 자당의 지지층 결속력이 낮다는 데 있다. 당내에선 손 대표의 발언을 "긴장하자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지만 각 지역에서 뛰는 선거운동원들의 분석은 다르다.

    잦은 분당과 통합으로 당의 조직이 갖춰지지 않아 '지상전'을 치르기가 힘들다는 게 손 대표 '읍소'를 보는 선거운동원들의 분석이다. 손 대표도 자당의 허술한 조직정비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은 바 있다. "우리가 합당 과정에서 여러가지 절차도 촉박했고 그러다보니 공천작업이 늦어지고 (구 민주당과) 합당 과정에서 체제정비를 갖출 겨를도 없었다. 체제 정비를 대선 이후로 미뤘는데 패배 충격으로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민주당과 통합하는 바람에 어려웠다"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수도권 후보의 한 선거운동원은 "한나라당의 경우 당원명부가 있어 최소한의 피아 식별이 가능한 데 민주당은 피아 식별이 불가능하다"며 어려움을 토했다. 이 운동원은 "참여정부 지지층, 민주당 전통지지세력, 묻지 마 김대중 지지세력 등 큰 덩어리만 보이는 상황이다. 모래사장에 손을 넣으면 모래는 많은데 손가락 사이로 얼마나 많은 모래가 셀지를 모르는 위기의식에서 (손 대표의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선 당 지지층의 이탈을 막고 비지지층에 대한 공략을 해야 하는데 이 관계자는 "피아 식별조차 못하고 있고 그것을 할 물리적 시간이 없으니 고생만 2중, 3중으로 한다"고 털어놨다. 손 대표는 29일 중앙선거대책회의에서도 "선거초반 판세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는데 그의 이런 '읍소전략'이 당의 허술한 조직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