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선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맞붙은 서울 종로는 4·9 총선 최대 관심지역으로 꼽힌다. 당 국제통이자 수년간 지역을 다져온 박 의원과 지난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 야당대표로 탈바꿈한 손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건 싸움이란 점에서 종로가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을 넘어 의미를 더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7일 0시 종로 광장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선거운동에 본격 돌입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0%∼15% 안팎의 격차로 손 대표를 따돌리며 상쾌한 출발을 보인 박 의원은 초반 여세를 몰아 조기에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목표다. '이웃사촌' 중구 나경원 의원과의 협력체제도 힘을 싣는다. 박 의원은 유세 첫날 '국민대변인'으로 인기가 높은 나 의원과 종로와 중구를 잇는 청계광장에서 합동유세를 가져 눈길을 끌었다.
손 대표가 종로행을 결정지은 직후 박 의원은 "기다렸다. 본때를 보여주마"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을 버리고 자신이 비난했던 나라망친 세력의 대표가 돼 종로에 왔다. 종로는 정거장이 아니다"면서 손 대표와 각을 세웠다. 박 의원측은 "초반 공중전에서 승리했다고 판단, '힘 있는 일꾼론'으로 바닥민심 다지기에 나설 것"이라며 자신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손 대표는 이번 총선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으로 상징성이 큰 종로 입성을 통해 자당의 총선 바람몰이는 물론 '차기 대권'이라는 장기적 포석을 갖고 승부수를 던졌다. 득이 많은 만큼 위험부담도 큰 선택.
"해볼 만하다'" 손 대표의 초반 기대와 달리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다. 게다가 자신의 선거는 물론 자당 후보들에 대한 지원사격까지 해야 하는 입장이라 손 대표는 울상이다. 손 대표 스스로도 "몸이 세 개쯤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일찌감치 공중전을 마치고 지상전을 펼치고 있는 박 의원과 달리 손 대표는 이제야 '공중전'을 하고 있다. 일일이 유권자를 만날 여건이 충분치 않은 만큼 지상전 보다 공중전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선택했지만 손 대표 측은 아쉬운 눈치다.손 대표의 선거전략은 '견제론'이다. 취임한달 만에 '피로'를 느낄 만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켜 야당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에는 공감하면서도 이탈한 표심이 민주당으로 이동하지 않는 것이 손 대표 측의 고민이다. 손 대표는 28일 "분위기는 달라졌는데 실제 내용은 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땅한 해법은 없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좀 더 헛발질을 해주면…"(당 관계자)하고 반사이익에 기대를 걸고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