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한나라당 내부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4.9총선 지원유세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히고 대구로 내려간 박 전 대표가 "총선 후 탈당한 친박인사의 복당을 허용해야한다. 당을 나가고 싶어서 나간 게 아니라 쫓겨나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당 지도부의 '복당 불허' 방침을 정면에서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됐지만 당 지도부는 26일 '복당 불허' 원칙을 재차 확인하면서 박 전 대표에 대한 '부글부글' 끓는 속을 나타냈다. 특히 탈당 출마자와 맞붙게 될 공천자들의 불만은 더욱 높다. 영남권의 한 후보자에게서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피아구분마저 모호한 상태"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비례대표 후보자 국민과의 언약식'에서 "당헌·당규에는 공천 탈락 등의 여러 이유로 탈당한 인사가 무소속이나 타당 후보로 출마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해당 행위로 보고 원칙적으로 복당을 불허한다"며 "이는 박 전 대표 때 만든 것"이라며 직격했다. 강 대표는 이어 "그런데도 박 전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스스로 원칙을 저버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박 전 대표는 과거(2005년) 경기도 광주 보궐선거때 홍사덕 전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김무성 의원과 함께 여러 유세 지역을 다니면서 홍 전 의원의 복당을 불허한다고 알리고 다녔다"며 꼬집었다.

    안상수 원내대표역시 "총선의 중요한 시기에 탈당해서 출마하는 것은 해당행위"라면서 "그런 사람을 복당시켜준다면 원칙이 무너지고 앞으로 선거에서도 계속 공천결과에 불복하고 탈당하는 일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중대한 해당행위자인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거듭 강조했다.

    공성진 서울시당위원장은 "평소 박 전 대표의 원칙이나 국민적 기대와는 다른 게 아니냐"면서 "친이측 다선의원들도 많이 탈락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보복공천인 것처럼 몰고 가고 원칙에도 없는 복당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공 위원장은 "서울시당에도 복당위원회가 있지만 당헌당규에 따라 허용될 수 없는 경우"라고 덧붙였다.

    한 여권 핵심인사는 "박 전 대표가 '계륵'이 되버린 느낌"이라며 "분명한 해당행위를 하고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난처한 입장을 토로했다. 이 인사는 "사적인 감정때문인지, 아니면 당내 입지 재구축과 정치적 영향력 과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박 전 대표의 현재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른 여권인사는 "인간적 측면에서는 이해가 되지만 정도에 어긋난 것이다. 한나라당이 박근혜 당이냐"면서 "이번 일로 박 전 대표가 국민적 지도자에서 스스로 내려앉은 격"이라고 성토했다.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미칠 수 있는 영남권으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구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말해온 평소 원칙이 아니지 않느냐. 분명한 해당행위"라며 "탈당한 현역의원과 맞붙게 될 후보자들이 곤욕스러워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의 한 출마자는 "무소속으로 나온 후보를 유권자들이 한나라당 후보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부산의 한 출마자는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분위기가 심각한 지경"이라며 "인물론이 아닌 당 공천에 대한 비판과 '박근혜 동정론'이 일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앞서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당 공천결과에 불복, 탈당해 친박연대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자에 대한 직·간접 지원도 해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윤리위회의를 열고 "공천결과에 불복하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친박연대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람들이 있는 데 당에서 보면 해당행위자"라고 규정하면서 "이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도 해당행위에 해당한다. 윤리위가 이런 여부를 각별히 주시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당내 비판적 여론에 대해 박 전 대표측 핵심인사는 "당 지도부가 사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60%대에 육박하던 당 지지율이 폭락을 했고, 대선에서 500만표 차 이상으로 이긴 정당이 공천 끝나고 나서 모두가 과반의석 확보에 불안을 느낄 정도라면 이 보다 더 큰 해당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사태를 초래한 당 지도부가 지금 누구에게 핏대를 세우고 남의 탓을 한단 말이냐"고 반문하면서 "근본적으로 이런 원인이 어디서 비롯됐으며 앞으로 총선 이후라도 당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제시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발이 부르트도록 당을 살린 박 전 대표에게 해당행위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