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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6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18대 총선 후보 등록 날에도 한나라당의 내분은 여전히 굴러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통령이 바라는 경제와 민생이 선거의 주된 쟁점이 되긴 다 틀려 버렸다. 집권당 안의 암투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게 생겼다.
한나라당 공천을 비난하고 대구로 내려간 박근혜 전 대표는 친(親)박근혜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되면 한나라당 복당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에 내려가자마자 현지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니 작심하고 한 말일 게다.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은 '복당 절대 불가'(이방호 사무총장)이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공천을 주지 않은 사람을 당선됐다고 해서 다시 받는 건 옳지 않을뿐더러, 복당 가능성을 열어둬선 한나라당 후보에게 재를 뿌리는 이적행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당의 이런 입장을 확실하게 알고 있을 박 전 대표는 친박 무소속들은 당을 나가고 싶어서 나간 것이 아니라 억울하게 쫓겨난 것이므로 선거 후 당연히 복당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탈당파들에 대해 이번에도 "정권교체 주역들" "정말 잘되길 빈다"는 축복의 말도 덧붙이기를 잊지 않았다. 자기를 따르는 당 밖의 계보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와 싸워 이겨 반드시 당선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다짐했다.
박 전 대표는 선거기간 내내 이렇게 나갈 기세이다. 사태가 이런데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무엇 하나 수습책을 내놓은 게 없다. 대통령의 형과 실세의원의 불출마 얘기가 나오더니 그것도 하루 만에 쏙 들어갔다. 민심수습안이란 것도 알고 보니 자기들끼리의 권력싸움을 위한 수단이었다는 속내만 들켜버렸으니 애당초 안 꺼내느니만 못하게 됐다.
한 일간지 조사에서 한 달 전 59.1%에 이르던 한나라당의 과반의석 확보 전망은 39.5%로 떨어졌다. 무려 20%포인트가 빠졌다. 한나라당의 공천에 대해 잘못됐다는 평가가 잘됐다(27%)의 2배인 54%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좋아할 일도 아니다. 민주당 공천 역시 잘했다(32%)보다는 잘못했다(37%)는 평가를 더 많이 받고 있다. 여권의 분열상이 워낙 요란하다 보니 거기에 묻혀버렸을 뿐 박재승 공천위원장 등에 업혀 마지못해 시늉만 하던 공천혁명이란 것도 용두사미로 끝나버렸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딱하게 된 건 유권자들이다. 이전엔 어느 정당 후보인가, 인물은 괜찮은가만 보고 선택하면 됐는데 이번엔 후보가 어느 당의 누구 수하(手下)인물인지까지 두루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되게 생겼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