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텃밭 영남에서의 무소속 돌풍 주역이 박근혜 전 대표라면 통합민주당 텃밭인 호남 무소속 바람의 진원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이다. 압도적 여론을 등에 업고 휘두른 박재승발 공천 칼에 잘린 낙천자들이 '개혁공천'이란 명분에도 당을 뛰쳐나간 것은 그 만큼 DJ의 영향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개인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할 수 있다.

    DJ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이 많지만 여론이 민주당 '개혁공천' 주장에 손을 들어주면서도 DJ의 지원사격을 받는 무소속 출마자들에게 만만치 않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만 봐도 친DJ 후보들이 호남지역에서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당 간판인 손학규 대표와 다른 한 축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한 신뢰 부족 탓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투톱이라 할 수 있는 손학규 정동영 두 사람의 서울 동반출격으로 수도권 바람몰이는 물론 당 지지율 상승도 꾀했지만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은 아직 20%를 밑돌고 있다. 20%로 올라선 일부 조사도 있지만 대부분 조사에서 15~18%대를 기록하고 있다. 24일 SBS의 조사에선 15.6%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SBS와 조선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인천·경기 111개 선거구 중 30곳을 조사한 결과,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들의 평균 지지율은 각각 35.9%, 32.1%였다. 격차는 불과 3.8%P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당 지지율은 한나라당이 46.2%, 민주당은 17.8%였다. 두 당 지지율 격차는 무려 28.4%P였다. 민주당이 후보를 뒷받침 하지 못하고 후보의 개인기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호남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텃밭임에도 당 꼬리표를 떼고 나온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조선일보와 SBS의 22일 조사에 따르면 광주 남구에선 무소속 강운태 전 내무부 장관(49.6%)이 민주당 지병문 의원(28.1%)을 큰 차로 따돌리고 있고 전남 목포에서도 DJ 최측근인 박지원 전 비서실장(26.5%)이 민주당 정영식 후보(25.1%)와 이 지역 현역인 무소속 이상열 의원(19.0%)과의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 대선 참패 뒤 한 발 물러선 상황이지만 호남의 맹주라던 정 전 장관이 여전히 당에 버티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민주당으로선 충격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최근 한나라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폭은 좁고 더디다. 손 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저조한 당 지지율의 원인을 "과거 정부 실패에 대한 인식과 이념 대결에 앞장섰던 부정적 이미지가 뿌리깊게 남아 민주당에 덮어씌워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 탈피 방법으로 손 대표는 '인적쇄신'을 제시했지만 공천결과 현역 의원 교체율은 한나라당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자당 내에서조차 공천결과를 두고 "도로 열린우리당"이란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서울 동반출격이란 카드를 꺼낸 손학규 정동영 두 사람이 얼마만큼 자당 후보들을 지원사격해 의미있는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시간은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