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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4일자 사설 <두 전직(前職) 대통령이 화낸 진짜 이유는>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무성, 김덕룡 의원을 잇따라 만나 "한나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 "한나라당의 교만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차남 김홍업 의원과 측근 박지원씨를 공천하지 않은 민주당에 대해 "당은 비리 관련자를 배제할 책임도 있지만 억울하게 조작된 일로 희생된 사람의 한을 풀어줄 책임도 있다"고 비판했다.
자기 손으로 정당을 만들어 그걸 딛고 대통령이 됐거나 대통령이 된 다음 그 정당을 자기 뜻에 맞춰 완전히 뜯어고친 두 전직 대통령이 그 정당을 향해 노골적인 원한을 드러내면서 개인적 보복을 선언한 것이다. 자기 측근 또는 자기 아들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그 정당 후보를 찍지 말라고 유권자들에게 선거운동을 하고 나선 행동은 군사독재 시대의 대통령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태도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해 왔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분오열된 구여권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막후에서 진두지휘했다. 두 사람이 자신들의 이런 공(功)을 몰라주는 당이 섭섭할 수는 있다 해도 평생 동안 자신의 말과 행동에 '민주화'라는 단어를 달고 다녔던 두 전직 대통령으로선 정치적 품위(品位)를 잃은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부분의 국민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믿음이 없으면 그 정권은 서지 못한다"는 말을 한나라당의 정치적 신의(信義) 없음 때문이 아니라 차남 현철씨가 공천받지 못한 것을 서운해서 한 말이라며 수군거리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아들 문제에 대해 "같은 문제를 두고 지난번에는 괜찮다고 공천을 주고 이번에는 불가하다고 공천을 주지 않았는데 이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권(利權)을 알선해주고 수십억 원을 받았던 자신의 아들을 공천해줬다 해서, 그 정당과 그 고장 사람 전체가 '당신들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소작인(小作人)이 아니냐'는 국민적 비웃음을 샀던 그 억울하고 기막힌 사연을 정말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정당정치의 산 증인이자 민주화 투쟁의 기수이기도 했던 두 전직 대통령의 사리(私利)에 붙잡힌 언동(言動)이 국민 모두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는 오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