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자당 공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무원칙한 공천" "어리석은 공천"이란 게 박 전 대표의 평이었다. 4·9 총선에서 지원유세도 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혀 최근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총선가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박 전 대표는 23일 그간의 침묵을 깨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후 국회에서 가진 회견에서 박 전 대표는 공천 결과에 대해 "한 마디로 정당정치를 뒤로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곧바로 "과거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해 얻은 천금같은 기회를 날려버린 어리석은 공천"이라 평한 뒤 "저는 작금에 한나라당에서 일어나는 공천파동과 당 개혁 후퇴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당 지도부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박 전 대표는 "그 책임은 당을 더 개혁하지는 못할 망정, 이미 개혁되어 있는 것조차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시킨 당 대표와 지도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올해 초 공천완료 시기를 놓고 내홍을 겪을 당시 당 지도부가 공정 공천 약속을 한 사실을 상시기킨 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제가 속을 속이라고 말했다. 저는 어쩌면 속을 줄 알면서도 믿고 싶었다. 약속과 신뢰가 지켜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결국 저는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며 당 지도부가 약속을 파기했다고 역설했다.

    향후 총선 지원유세도 하지 않을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총선 지원 유세 여부에 대해 "제 선거도 있고 지원유세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낙천자들이 탈당 뒤 만든 '친박연대'나 '무소속 연대' 소속 출마 후보들의 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그 분들을 지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분들은 참 억울한 일을 당한 분들이기 때문에 그 분들이 어떤 선택을 하건 간에 잘 되시기를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지원사격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 비판을 놓고 선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있다.
    ▲당을 그렇게 아끼고 당의 앞날과 선거를 걱정했다면 이런 식으로 무원칙한 공천을 해서는 안됐다. 원인제공을 누가 했나. 당의 통합, 한마디로 통합은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부터 경선이 끝나고 나서 승복했고 지원유세도 했고 많은 것을 다 양보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고 오로지 요청했던 것은 공천을 공정하게 해 달라는 한가지였다. 그런데 그것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친박연대나 친박계열 무소속 출마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계획이 있나.
    ▲내가 그분들을 지원할 수는 없다. 그분들은 참 억울하게, 억울한 일을 당한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어떤 선택을 하건 간에 잘 되길 바란다. 그분들의 건투를 빈다.

    --이명박 대통령과 공천 원칙을 이야기한 바 있는 데 다시 회동할 계획은 없나.
    ▲대통령께 내가 바랬던 것은, 또 요구했다고 할까 하는 것은 오로지 당헌.당규가 있고 공당이란 당연히 공정하게 공천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꼭 그렇게 되도록 해달라, 정치 발전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라고 한 게 전부다. 그렇다면 당의 중심이 누구냐. 당 대표다. 당헌.당규에도 엄연히 당권.대권이 분리돼 있고 그렇게 한 이유가 있지 않나. 그렇다면 당 대표가 중심을 잡고 공천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강 대표와 지도부 사퇴론을 제기하는 것인가.
    ▲하여튼 이렇게 잘못된 공천, 그럼으로써 많은 국민이 한나라당을 등지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총선 지원유세 여부는.
    ▲내 선거도 있고, 지원유세 계획은 없다.

    --회견문에서 `속았다'고 했는데 누구한테 속았다는 것이냐.
    ▲당 대표께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경선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간에 원칙과 기준을 갖고 공정하게 하겠다고 했다. 그때 내건 원칙이 있지 않나. 그것을 나는 믿고 싶었고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그건 나한테만 한 약속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한 약속이니 공당의 대표로서 국민한테 한 약속도 되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약속한 것은 속았다는 것과 관련이 없나.
    ▲그건 뭐...내 심정은 여러분께서 더 잘 아시시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