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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수족이라 불리는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결국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이로써 이번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
박 전 실장은 20일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공천심사위원회가 법률적 잣대로 나를 배제했지만 목포시민의 역사적 안목과 잣대로 당당하게 평가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이 이끌어 온 당이며 그 상징도 김 전 대통령"이라며 "반드시 돌아가 50년간 지켜온 정통성과 민주주의·시장경제·햇볕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박 전 실장은 DJ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전남 목포에서 출마한다. DJ가 출마했던 지역이며 장남 김홍일 전 의원과, 가신 권노갑 전 의원도 목포를 지역구로 뒀다. 호남에서는 상징성이 큰 지역이므로 민주당이 목포를 잃는다면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성적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개혁공천'이란 명분 역시 텃밭인 호남 수성 여부에 따라 평은 엇갈릴 수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으로선 DJ의 움직임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아들과 최측근이 낙천했는데도 DJ는 침묵하고 있다. 동교동 측에선 DJ가 민주당 공천에 화가 나 있다고 한다. 손학규 대표에겐 서운함이 더 크다. DJ측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안착하기까지 DJ의 도움이 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손 대표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DJ에겐 몸을 낮추며 당 기반없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했다. 그랬던 손 대표가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손을 빌어 DJ의 수족을 쳐 낸 셈이다. DJ의 차남 김홍업 의원(전남 신안·무안)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출마는 사실상 DJ의 의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민주당 텃밭인 호남의 선거구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이 출마하는 신안·무안은 DJ의 고향이기도 하다. 손 대표로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낙천한 호남 지역 현역 의원들도 무소속 출마를 계획하고 연대를 구성하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민주당으로선 텃밭인 호남 사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문제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손 대표가 공들인 인재영입 작업은 '인물난'으로 인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또 이번 총선의 승패가 수도권에 달렸다는 판단으로 당 전력을 수도권에 집중하면서 호남 전략은 소홀히 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어 민주당은 텃밭에서 조차 힘든 싸움을 해야 할 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