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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납득이 가지 않는 공천이었다 하더라도 당에 칼을 들이댈 수는 없습니다. 정권교체를 위해 열심히 뛰었던 것은 개인의 공천 때문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고 당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 공천심사 결과를 수용합니다"(한나라당 이성권 의원)
4월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여야 현역 의원들로 인해 정치권이 '이합집산'의 시기를 맞은 가운데, 극소수지만 일부 의원들이 당의 공천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공천 쓰나미'로 불리는 대폭적 인적 교체를 단행한 한나라당의 많은 낙천자들이 무소속 출마나 타당행을 고려하는 등 잡음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깨끗한 승복'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부산진을 출신의 이성권 의원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의정활동과 당 기여도, 전문성과 도덕성 그리고 당선가능성을 아무리 되돌아봐도 도무지 공천 결과가 이해되지 않고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면서도 "한나라당의 역사적인 임무와 당에 대한 충성심으로 공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경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수행실장을 맡아 활약한 이 의원은 "신 정부 성공을 뒷받침하는 것이 한나라당 당인으로서의 책무"라면서 "우리 피와 땀으로 이룩한 정권교체 완성을 위해 한나라당은 총선이라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어서야한다"고 말했다. '철새' 논란이 강하게 제기된 지역에서 탈락해 가장 억울한 '피해자'로 꼽히지만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수행을 위한 과반 의석 확보를 반드시 만들어내야한다. 한나라당의 압승을 기원한다"며 비장함까지 보였다. 17대 국회 최연소 남성의원인 그는 "뜨거운 젊은 피는 나를 실의에 빠지게 하거나 안일한 만족이나 허위의 길로 인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 당당한 이성권이 돼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같은 친이계인 대구 달서병 김석준 의원 역시 "공천 결과에 서운함과 섭섭함은 끝이 없지만 막 출범한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서 여기에서 접겠다"며 "공천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성공적 착근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했다"면서 "공천 결과에 불만이 크다고 해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고 이 대통령과 척지는 것은 정치도의상 옳지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수도권에서 갈수록 냉랭해지는 민심을 되돌려놓을 불쏘시개가 필요했고, 당내 특정계파의 따가운 눈총도 의식해야 하는 처지에서 영남권 공천에 애꿎은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큰물이 지면 잉어든 숭어든 잡어든 가릴 것 없이 휩쓸려 떠내려가야 하는 이치와 다를 바 없다"며 공천 장벽을 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앞서 지난 17일 경북 안동의 권오을 의원은 "불합리와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모든 것이 한 시대의 도도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천 결과를 수용하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 직접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자연인으로서 세상을 돌아보라는 계기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권 의원은 지역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뒤, 지역의 한 시장 주차장에 자리를 펴고 "그동안 주민을 제대로 섬기지 못했다"며 '석고대죄'하는 모습을 보여 지지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서는 김재원 의원이 눈에 띈다. 경북 군위·의성·청송 지역의 김 의원은 공천 결과가 나온 직후 "탈당하지 않고 당에 남겠다"고 일찌감치 불출마로 마음을 잡았다.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측 대변인을 맡았던 김 의원은 재심청구조차 하지않은 채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