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고형 이상을 받은 사람이나 '철새 정치인' 후보자와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인사 등 당헌 당규에 규정된 공천부적격자 14명에 대한 한나라당 윤리위원회의 공천 취소, 재심 요구가 대부분 묵살되자 '윤리기능 실종'이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지난 16일 윤리위 전체회의를 연 뒤 서울 은평갑(안병용) 부산 진을(이종혁) 사하갑(현기환) 사상을(장제원) 인천 강화(이학재) 등 공천 부적격자로 판단한 14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후보 교체를 요구했다. 인 위원장은 "당규 3조 2항에는 벌금형이 확정된 사람은 공천신청조차 하지 못하게 돼있으며, 9조 9항에는 경선을 불복하고 탈당해 다른 당 후보로 출마한 사람들은 공천을 주지않도록 규정돼있다"며 "이들의 공천은 취소돼야한다"고 말했다.

    당내 소장 개혁성향 의원들로부터도 공천 결과에 대한 비판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남경필 의원은 "원칙과 기준이 없는 공천"이라고 직격하면서 "도대체 (새롭게 공천받은) 사람이 뭐가 나은 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비난했다. 원희룡 의원역시 "공천을 쇄신하는 것은 좋지만, 채우는 물이 과연 빼내는 물보다 얼마나 나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박형준 의원은 "현역 의원을 물갈이했으면 그 지역구에 흠결이 없는, 더 나은 후보를 공천해야 '개혁 공천'의 의미가 제대로 살 수 있다"며 "기준과 형평성에 어긋난 사람이 공천을 받은 지역구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의는 인명진 윤리위원장이 지적한 후보 가운데 금고 이상 형을 받은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의 김택기 내정자와 '철새' 전력을 들어 인천 중-동-옹진의 박상은 내정자 등 2명에 대해서만 공심위의 재심을 요구했으며, 서울 송파갑(박영아), 송파을(유일호) 등 2곳은 탈락자인 맹형규 박계동 의원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천을 보류했다. 윤리위와 당 소속의원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공심위는 '공천을 취소할 이유가 없다'며 유야무야 넘어간 상태. 

    인 위원장은 "공심위가 당원으로만 구성됐다면 윤리위가 어떻게 (조치를) 하겠는데 외부분들이 많아 소관밖이다. 최고위원회에서 받아들인다면 권한도 없고, 힘도 없다"며 한계를 토로했다. 문제가 제기된 공천자들이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당 지도부의 개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윤리위의 요구가 받아지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같은 이유로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벗기 위해 설치, 당 윤리적 쇄신을 위해 노력해온 윤리위가 정작 중요한 시기에는 당으로부터 소외되면서 '들러리'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정치 철새집단과 부패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다시 씌워질까 우려된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편 인 위원장은 짧은 기간 상당량의 신청자를 검토해야하는 공심위의 물리적 한계를 인정하면서, 한편으로는 공천 희망자들이 제출 자료에서 탈당전력이나 처벌경력을 고의로 누락 혹은 은닉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공천 이후에도 끝까지 추적할 뜻을 밝혔다. 인 위원장은 "공천이 끝난 후에도 윤리위가 모든 자료를 다시 조사해 만약 고의로 은닉하고 누락한 사실이 발견되면 중징계하려고 한다"고 의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