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보다 큰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의 현역 의원 물갈이로 여의도는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차남부터 손학규 대표의 수족까지 치면서 시작된 물갈이 불똥은 결국 한나라당으로 옮겨졌고 텃밭인 영남의 현역 의원 25명을 갈아치우는 대수술을 단행했다.

    양당 모두 '눈높이 공천' '개혁공천'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수술이었지만 '칼을 너무 깊숙이 들이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벌써부터 양당 모두 공천 부메랑을 걱정할 판이다.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무소속 연대'를 구성하며 새로운 세결집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차 무소속 열풍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지역의 조직기반과 인지도가 만만치 않고, 여론의 풍향계가 선거당일 어떤 방향으로 쏠릴지 예측하기 힘들어 양당 모두 가슴을 졸이고 있다. 더구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낙천자들이 많아 양당 모두 총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놀랄만한 텃밭 대수술을 단행한 한나라당은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하나둘씩 짐을 싸고 있다. 이들은 창당이 아닌 무소속 연대를 통해 총선을 대비할 태세인데 박근혜 대표가 공개적으로 "살아 돌아오라"고 말해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친박측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무소속 출마의 선봉에 서면서 탈락한 친박 의원들이 김 의원을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실제 이규택, 이인기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수도권에서도 송영선 한선교, 충남에선 이진구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준 의원의 경우 "박 전 대표가 '살아서 돌아와 달라'고 했다"며 이미 박 전 대표를 등에 업고 무소속 출마할 뜻을 내비쳤고 영남의 박종근 엄호성 이해봉 의원 등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공천이 마무리 되면 박 전 대표는 최종 입장을 밝힐 계획인데 박 전 대표의 대응과 발언수위에 따라 친박 의원들의 탈당 및 무소속 출마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후폭풍이 워낙 큰 탓에 잠시 가려져 있지만 민주당 상황도 녹록치 않다. 공천 초반 DJ의 차남 김홍업 의원과 박지원 전 비서실장 등 자당 텃밭의 거물급 인사들을 모조리 쳐내면서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잠시 고무돼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후유증은 증폭되고 있다. 머뭇거리던 공천탈락 의원들은 기지개를 펴고 잇따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호남 의원들의 경우 무소속 연대인 가칭 민주평화연대라는 모임을 구성해 총선에 공동 대응할 계획을 세웠다. 탈락한 구민주당 출신인 신중식, 이상열, 채일병, 김홍업 의원과 원외위원장 20여명 까지 합칠 예정이어서 호남 선거구도 역시 예단하기 힘들게 됐다. 여기에 박 전 실장까지 무소속 출마에 가세할 경우 이들도 DJ를 업고 유세전을 벌일 수 있어 경쟁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민주당의 경우 조직기반도 허술해 민주당은 낙천자들의 이탈에 전전긍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