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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디자인 도시로 만들겠다고 야단법석이다. 거대한 계획을 국민들에게 선전포고(?)식으로 알려만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실 있게 하나하나 변화를 가져보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거창한 변화가 도시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도시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 눈에 잘 보이는 광고판,네온싸인,노점 방치물 등을 정비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매번 예산타령으로 그 나물에 그 밥을 만들고 있다. 주민들에게 디자인의 중요성을 바로 알려 주는 방법을 한 수 가르쳐 드리겠다.
필자가 다녀온 거의 모든 도시의 맨홀은 도시마다 지역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민들에게 이 고장의 차별점, 경쟁력 요소를 매일같이 알려 주는 셈이다. 그래서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디자인 도시, 서울' 프로젝트의 첫번째 수행할 작업은 서울의 모든 맨홀을 구마다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라고 제안하고 싶다. 맨홀이라는 본래의 기능에 플러스 거리의 시각적인 미를 실현하는 요소, 더 나아가 주민들에게 자긍심까지 심어주는 상징물로 역할을 제대로 해 주도록 변화를 길 바란다.
아래의 사례는 일본 주요도시의 사례이다. 우리가 갈 디자인 혁신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1> 오사카를 대표하는 사적지인 오사카성과 벗꽃을 이미지화한 오사카시의 맨홀
오사카시 수도사업 착수 100주년 기념 공모를 통해 제작된 맨홀로, 오사카시의 어디를 가도 쉽게 찾아 볼수 있는 컬러 맨홀이다. 특히 인도의 보도블럭과 함께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2> 오사카부 야오시(大阪府 八尾市)의 컬러 맨홀
맨홀의 가장자리에는 국화와 무명실을 뽑는 열매를 상징하는 무늬가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중앙에는 면직물 전승지로서 유명한 야오시의 이미지를 여성이 물레를 돌려 실을 뽑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3> 나라현 나라시(奈良縣 奈良市)의 컬러 맨홀
직접 나라공원을 찾아가 본적이 없는 이가 보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나라공원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의, 나라공원의 사슴과 그리고 벗꽃이 한폭의 동양화처럼 표현되어 있다.
<4> 나라현 이카루가군(奈良縣 生駒郡)의 컬러 맨홀
나라현의 이카루가군에 위치하고 있는 법륭사의(백제관음상과 담징의 금당벽화로 유명한 절)모습과 아름다운 단풍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5> 효고현 고베시(兵庫縣 神戶市)의 컬러 맨홀
고베시의 중심지인 산노미야역 앞에서 발견한 맨홀이다. 고베항과 고베타워의 멋스러움이 구릿빛의 금속에 아름답게 각인되어 있었다.
<6>효고현 고베시(兵庫縣 神戶市)의 맨홀
고베시에서 가장 쉽게 찾아 볼수 있는 맨홀로 고베의 대표적인 육갑산과 고베시의 도시풍경이 묘사되어 있다.
<7> 교토부 교토시(京都府 京都市)의 맨홀
수레가마를 모티브화한 패턴을 사용한 교토의 맨홀로, 교토부청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맨홀이라고 한다. 현대적이고 화려하지 않는, 심플하고 점잖은 모습이 교토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비단 일본의 사례뿐만 아니라 뉴욕, 파리 그 어떤 도시를 가도 디자인이 다 다르다. 이 사실은 시찰을 많이 하는 공무원들이 더 잘 알 텐데도 불구하고, 서울 및 지방 도시의 공공시설물에 변화가 없는 것은 먼 산 그리고 먼 하늘만 보고 왔다는 증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