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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정의를 구현한다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김용철 변호사와 함께 삼성 관련 ‘폭로’를 하고 있는 ‘천주교 정의 구현사제단’ 의 작금의 모습은 한마디로 신앙심에 기초된 단체의 모습이 아니라 증거 없는 마녀 사냥식 정치 폭로심에 기초된 정치 결사 단체 같은 곱잖은 모습을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과거 한때는 민주화운동의 중요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던 정의구현사제단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자 비교적 침묵으로 일관하는 듯 하더니, 노무현 정권 들어서 일부 사제가 적극적으로 종북 반미의 반역적 현실정치에 뛰어들었고, 그래서 친북좌파 친노 사제(?)들은 국가 중요 위원회 위원이나 위원장 자리들을 꿰어 차고 마치 권력의 비호 아래 권력을 즐기는 듯한(?) 사제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줘, 국민을 매우 실망시켰던 적이 바로 엊그제였다.
70,80년대,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은 민주화 운동 속에 그 이름을 심도 있게 각인시켰고 1987년에는 박종철 사건 진상을 폭로함으로써 6월 항쟁의 도화선을 제공하기도 하였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이후부터의 ‘정의구현 사제단’은 이른바 ‘삼성 로비 의혹’ 을 제기하며 김용철 변호사를 앞세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증거없는 ‘폭로’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급기야는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이종찬 민정수석과 국정원장 내정자 김성호씨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들이 삼성 관리대상으로 떡값을 받아 왔다고 폭로함으로써 사태가 심각한 양상을 띠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거’라는 실체가 전혀 없이 순차적으로 예고하며 김종철 변호사를 내세워 폭로하는 정의 구현 사제단의 일그러진 모습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사회정의를 구현하려는 자유민주국가의 ‘정의구현을 위한 사제단’이라면, 증거 능력이 있는 모든 자료와 함께 진실에 입각한 떡값 명단을 찔끔찔끔 발표하지 말고 숨김없고 가감 없이 국민들에게 일괄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 오로지 김용철이라는 변호사 한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에 의존하는 그릇된 모습에서 탈피하여 보다 의연하고 당당한 민주 시민의 모습을 갖추고 모든 증거 자료를 사법 당국과 국민 앞에 제시하면서 정의를 구현하는 사제단다운 진정한 모습을 보여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정의구현 사제단은 증거없는 예고성 폭로로 '로만 칼라'의 명예를 실추 시키지 말아야 한다.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폭로하는 기자회견도 아니고 오로지 김용철의 말만을 빌리고 인용하여 증거도 제시 하지 못한채 ‘성스러운 로만칼라 사제단이라는 이름과 모습’으로 TV앞에 서서 ‘폭로’ 하는 식의 모습은 결코 자유 민주사회에서 정의구현을 하는 사제의 참모습으로 정당화 될 수 없다.
새롭게 출발하는 정부가 불과 한달도 채 안된 이 마당에, 새 정부의 중요 보직 인사인 ‘민정 수석’이나 ‘국정원장 후보’의 실명을 적시하고 김용철 말만을 믿고 인용하여 ‘카더라’ 통신을 발표함으로써 이종찬, 김성호 제씨의 명예와 새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진정한 ‘사제’의 모습과 너무나 판이하다. ‘정의구현’이 아니라 ‘폭로’를 구현하는 사제단이라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성직자의 본분을 벗어난 작금의 정의구현 사제단 폭로에 대해 국민들은 매우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아야 한다.
정의구현사제단은 공직을 천직으로 삼고 살아온 이종찬 김성호 제씨의 찢겨지고 손상받은 명예를 어떻게 회복해줄 것인가. 작금에 정의구현사제단이 벌이고 있는 증거능력없는 일방적 폭로 행태를 서글픈 역사의 눈으로만 지켜봐야 할 것인가.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