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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2일 사설 '회사 비리 폭로하겠다는 KBS 사장'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KBS 정연주 사장이 지난달 노조 간부를 만난 자리에서 “퇴진 압력이 계속되면 회사 비리를 폭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사장이 회사 비리를 폭로하다니… KBS 사장은 회사에 무한책임이 있지 않은가? 그가 든 사례는 “한 지방송신소 직원 26명 가운데 10명 이상이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으면서도 그에 맞는 일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놀라운 발언이다. 자신이 5년째 사장을 맡고 있는 KBS의 방만한 경영이 ‘비리’ 수준이라는 점을 스스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노조 협박에 동원했다는 데 이르러서는 입을 다물 수 없다.
사장의 인식이 이러니 KBS가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것도 당연하다. 정 사장 취임 첫해인 2004년 창립 이후 최대 적자(638억원)를 낸 것을 시작으로 439억원의 적자 예산을 편성한 2008년까지 누적적자 1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KBS 경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당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58%가 감소했다. 반면 직원 복리비를 100% 인상해 1인당 실질임금이 7191만원이나 된다.
이러고도 방송 수신료를 올려달라니 KBS는 제정신인가.
정 사장은 재임기간 중 KBS노조 도청사건, 일부 직원의 가족동반 출장 등으로 대국민 사과를 아홉 차례나 해야 했다. 법원의 명령을 무시하고 ‘소비자 고발’ 방송을 강행토록 해 황토팩 회사 측에 3억원을 배상한 게 1월 14일이다.
무엇보다 KBS는 편파보도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지난 대선 때 BBK 주가조작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이명박 후보를 맹공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결국 검찰에 이어 특검에서도 무혐의로 결론 나는 사건인데 말이다. ‘권력의 시녀’라는 눈총을 받아온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갑자기 “오만한 권력을 가차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해 빈축을 샀다. 공영방송과 그 수장의 행태가 이러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는 임기 운운하며 버틸 생각인 모양이다. 정 사장은 즉각 사퇴하고 감사원은 KBS에 대한 정밀감사에 들어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