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곧 집권 여당이 될 한나라당이 내홍(內訌)을 앓고 있는 것은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준 국민들에게 민망한 일이다. 한나라당의 변화와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어야 할 총선 공천 국면이 오히려 당 내분을 심화시키는 불씨가 되고 있는 것은 누구의 잘, 잘못을 떠나 말이 되지 않는다.

    공천은 그 속성상 말이 많고 탈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기도 전부터 이렇게 볼썽사나운 모습은 처음 보는 일이다. 10년 만에 정권을 잡고 그 직후에 실시하는 총선이라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당이 화학적 결합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당의 정치력에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공천 기준에는 왕도(王道)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시대와 국민의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만은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소한의 요건은 ‘도덕성’이라고 할 수 있다. 도덕성의 기준도 모호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옳지 못한 일로 법의 심판을 받은 경우만은 문제를 삼겠다는 것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당규 제32조 제2항이 아닌가 싶다.

    이 조항이 만들어진 것이 작년 4.25 재·보선에서 참패 때문이기 때문에 그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규정의 존치를 특정 계파의 이해관계나 특정 정치인들의 거취와 연관지우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모 중진 의원은 벌금형을 받고 난 후에 두 차례나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은 사실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억울한 측면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 의원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적용 시점을 문제의 조항을 만든 시기부터 한다든지, 혹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로 한정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당규를 개정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은 특정 의원들을 봐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당규의 성격상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명시하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벌금을 받았다든지 선거법을 위반했다든지 하는 부분들을 심사해서 개별 공천 신청자들의 자격을 판별하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당규를 넘어서는 결정을 할 수 없다”는 안강민 위원장이나 이방호 사무총장의 말이 옳다. 대신에 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에서 당규 개정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강재섭 대표의 언급처럼 취지는 살리되 논란의 소지를 없애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양대 계파들이 집단적으로 들고 일어나는 것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리고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발언들을 서로 자제해야 한다. 어렵사리 만들어낸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도 한나라당이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싸우더라도 국리민복을 위해서 싸워야지, 계파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은 더 이상 곤란하다.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