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5일 사설 '인수위 내부부터 철저히 단속하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24일 부동산정책을 담당하는 경제2분과의 고종완 비상근(非常勤) 자문위원을 해촉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발표했다. 고씨는 새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데도 라디오에 나가 마치 상세히 아는 것처럼 과시하고, 강연료와 상담료로 1회에 50만~1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고씨가 만약 인수위를 출입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활용했다면 (인수위법상의) 직무상 비밀 누설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인수위 전문위원이 언론인의 정치적 성향 분석을 문화부에 지시한 일이 드러나 해임된 게 불과 10일 전이다.

    고씨는 부동산 투자상담 전문업체 'RE멤버스' 대표로 지난 해 말 인수위 자문위원이 된 뒤에도 시간당 50만원을 받고 강연을 하거나 시간당 100만원을 받고 개별 투자 상담을 계속해 왔다고 한다. 그는 15일에는 한 부동산 투자 강연회에 나가 "앞으로 농지나 그린벨트(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볼 때 MB는 (부동산) 공급을 확대하는 게 분명하다"며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까지 거론했다.

    인수위가 무보수 명예직이라며 주로 한나라당 당직자와 선대위 사람 551명에게 자문위원 위촉장을 남발했을 때부터 예견됐던 사고가 터진 것이다. 그 많은 자문위원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다니는지 챙기는 사람도 없다. 인수위를 팔아 제 잇속을 챙긴 사람이 고씨 한 명뿐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수위는 지금 휴대전화요금에서 정부조직 개편에 이르기까지 손 안 대는 분야가 없다. 인수위의 역할을 '파악과 준비'로 못박고 있는 인수위법은 그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을 뿐이다. 국민에겐 이런 인수위가 어마어마한 권력기관으로 비쳐지고 있다. 인수위에 이름을 걸어놓은 사람들이 인수위의 위세를 악용하는 비리를 저지르려면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는 분위기다.

    인수위는 내부부터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비리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 새 정부는 출발도 하기 전에 힘이 빠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