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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5일자 오피니언면에 박덕제 한국방송통신대 경제과 교수가 쓴 시론 <민노총의 ‘황금알 거위’ 죽이기>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의 노동탄압이 이어진다면 철도와 항공기를 멈추고 전기 공급을 끊는 제대로 된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확정 이후 잇달아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정부규제 완화를 약속하는 등 기업의 이익을 챙겨주려 하면서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것 같은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그 발상이 너무나 과격하고 표현이 극단적이다.
투쟁 위주 운동하면 국민 등돌려
이 같은 극단적 발언은 운동단체로서의 민주노총 진로에도 해가 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노사관계법제 선진화 방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정규직법안 저지와 반대 등 각종 정치적 목적의 전면 파업을 시도해 왔으나 현장 조합원의 지지가 낮아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투쟁 위주의 비현실적인 운동이 오히려 조합원 탈퇴와 일부 노조의 민주노총 이탈을 초래하고, 지난 대선에서 드러났듯이 같은 노선을 걷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을 저하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새 정부의 친기업적 정책이 반드시 근로자의 권리와 근로조건 저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시각은 사실과도 배치된다. 주지하듯이 기업경영 여건의 호전과 투자 활성화는 기업주나 고위경영자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생활수준과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이익을 못 내는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가 언제 자기 일자리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버릴 수 없듯이,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지 않으면 일자리가 안정되고 근로조건이 향상될 수 없다. 무한 경쟁의 압박과 불확실한 여건 속에서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는 기업의 경영 여건을 개선해 투자를 증진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으로 일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특히 지금의 심각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 여건 개선과 투자 활성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친기업적 행보를 보인다 하여 산업의 가동을 중단시키는 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여 버리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려 결국 민주노총 조합원의 일자리까지 모두 없애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철도와 항공기를 멈추고 전기 공급을 끊는 제대로 된 총파업’ 같은 극단적 표현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정운찬 교수가 최근 ‘대통령부터 멋대로 말한다’고 비판한 바 있지만, 우리 모두 습관적으로 극단적 표현을 쓴다. 상대방과의 사소한 말다툼 때에도 격렬한 언사가 오가고, 몸싸움이라도 있게 되면 ‘죽여 버리겠다’는 거친 표현이 흔히 등장하는 것이 언어 관습이다. 그러나 이 같은 언어관습은 자기의 감정과 주장을 확실히 전달하는 장점이 있겠지만 세계화된 사회에서는 문제가 많다. 외국에 생활하면서 이 같은 습관대로 말했다가 사소한 충돌이라도 일어날 경우 살인미수죄의 중벌을 받기 십상이라 한다.
외신 보도로 국격 떨어뜨려
사회 지도자가 이 같은 표현을 자주 쓰면 국격(國格)을 떨어뜨린다. 소수의 근로자가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파업하는 현장 사진이 세계 유력 신문의 경제면 머리기사로 실릴 정도로 오늘날 세계는 개방되고 정보의 확산이 빠르다. 이런 세계에 사는 사람은 싫든 좋든 세계인의 한 사람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격조 있는 표현과 행동으로 국격을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