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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제18대 총선 공천 문제로 시끄럽다. 총선이 있을 때마다 시끄럽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그 양상이 종전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10년 만에 정권을 창출했고, 대선 직후에 총선이 실시되며, 당내 역학관계상 두 세력이 팽팽한 세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이 치열했고 그 결과 또한 박빙의 승부였기 때문에 두 세력이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가 어려웠는데, 이것이 상호 불신을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제18대 총선 공천의 원칙과 방향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하자. 첫째, 공천 일정 문제이다. 대선 직후에 열리는 제18대 총선이라서 공천 일정이 예전에 비해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실무적으로도 그렇고, 대통령 취임일 전에 공천 문제로 당이 시끄럽게 된다면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여당인 한나라당이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공천 발표를 다소 미룰 수 있다는 당 방침은 합리적이다. 이것을 마치 특정 계파를 배제하기 위한 의도로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친 오해이다.
둘째, 총선기획단과 공천심사위원회의 공평무사한 운영이다. 오늘(11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총선기획단은 대통령 당선인 측과 박근혜 전 대표, 그리고 강 대표 자신의 눈치를 전혀 볼 필요가 없고,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운영해 달라”고 말했는데, 지당하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한다. 그리고 총선기획단이 당직자들로 구성되었고, 결과적으로 계파별 안배가 되었기 때문에 공천 문제에 민감할 이유가 없다.
셋째, ‘개혁 공천’의 필요성이다. 얼마 전 보도된 어느 여론조사 결과가 잘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이명박 후보가 큰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정치 불신에 따른 반사 이익을 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이명박 후보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경영인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혁 공천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서도 특정 계파 몰아내기로 의심할 필요가 없다. 경선 때 누구를 지지했든 국회에 꼭 필요한 정치인이면 공천을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은 정치인은 물러나는 것이 도리이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권력을 잡은 측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가 있겠는가!
넷째, 대표성의 구현이다. 국회의원은 전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따라서 299명의 국회의원들은 계층·세대·지역·직업 등에 걸쳐 가급적 국민을 골고루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맥락에서 공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나라당은 제17대 총선에서 지나치게 특정 직업군들 위주로 공천을 함으로써 대표성을 심히 훼손한 바 있다. 이번 제18대 총선 공천에서는 이런 시행착오를 거듭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표성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한나라당이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기 위해서도 가급적 폭넓은 공천을 해야 한다. 그리고 사족(蛇足)처럼 덧붙이자면 이력서만 보지 말고 예비 후보가 몸담은 조직들에서의 평판도 참고해야 한다. 적어도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공천 받는 일만큼은 없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한나라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들의 높은 지지에 대하여 한나라당이 어떻게 보답하려 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만일 한나라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사심 없이 노력하기보다는 권력 다툼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서서히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싸우는 것도 정도껏 해야 한다. 지나치게 불신하고 오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힘 있는 쪽에서도 그런 불신과 오해를 받지 않도록 자중자애하기를 바란다. 한나라당이 내분으로 날을 지새우기에는 국내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밥그릇’이 아닌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는 여당을 좋아할 국민은 단 한 명도 없음을 명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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