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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회창 후보가 대선 후 신당을 만들겠다고 한다. 보수신당이라고 한다. 한나라당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결국 국민중심당을 흡수하는 또 하나의 충청도 지역당이 될 공산이 크다. 이 후보는 혹시 제2의 JP(김종필)가 되어 충청맹주가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3김의 지역할거, 노욕·독선 정치를 비판하던 그가 3김보다 나은 것이 없다.
그는 총리·대법관 출신이면서도 검찰의 BBK 수사 발표를 부정했다. 캠프는 김경준의 말을 빌려 ‘수사 조작’이라고까지 주장한다. 대통합민주신당과 함께 가두 투쟁을 벌였다. 이 후보가 출마한 핵심 명분은 ‘불안한 후보 이명박’이었다. 검찰 발표를 받아들이면 출마 명분이 없어진다. 그래서 검찰 발표를 거부한 모양이다. 이제 명분이 없어진 마당에 출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신당을 만든다니 구정치인 뺨치게 행동한다.
‘이회창 신당’이라니, 당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어떤 가치를 위해 만들어야 하는가. 이 후보는 한나라당에서 두 번이나 대통령 후보를 지낸 수석당원이었다. 그런 그가 당을 배신하고 출마했다. 그는 총리·중앙선관위장·감사원장·대법관을 지낸 국가 원로 지도자다. 그런 그가 우리 사회의 생명과도 같은 원칙을 깼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정체성이 의심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도 대북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북핵 폐기를 못 박고 있다. 별 차이가 없다. 이회창 후보는 이 후보가 부패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도 세풍(稅風)에 차떼기에 아들 병역 파문 등 부실투성이다. 이런 그가 도덕성을 내세워, 보수를 내세워 당을 만든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는가.
이회창 후보는 지금 10%대 중반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들의 대부분은 이명박 후보에 실망하고 정동영 후보에 분노하는 보수세력일 것이다. 이들의 감정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충족시키자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회창이라는 지금까지의 이미지는 모두 위선이었는가. 본인이 그렇게 외쳐오던 원칙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