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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사건을 두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후보와 청와대간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검찰의 '이명박 무혐의'란 수사결과 발표에 정 후보 측이 '노무현-이명박 빅딜설'을 의심하면서 부터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 정치권에 퍼지기 시작한 '빅딜설'에 처음 거리를 뒀던 정 후보는 6일 돌연 입장을 바꿔 '빅딜설'에 공감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청와대에 BBK 수사결과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더니 급기야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무감찰권 행사를 촉구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관여할 의사도 없고, 관여할 수도 없다는 것을 정 후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더 코멘트(언급)할 게 없다"고 일축했다. 정 후보의 직무감찰 요구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정 후보 측은 청와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정 후보는 9일 밤 방송연설에서 "법무부 장관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 국민의 60% 이상이 엉터리라 생각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으면 이상하다"면서 "노 대통령은 본질을 외면하면 안 된다. 대통령이 검찰의 국민에 대한 배반을 좌시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압박했다.
10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통합신당의 선거대책회의에서는 청와대에 대한 지도부의 불만이 여과 없이 쏟아졌다. 장영달 의원은 "역시 이번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과거 유신정치검찰체제, 그 뒤 군사독재시절 검찰의 체제가 그대로 유지됐다"면서 "참여정부에서도 그 검찰에 대해 전혀 견제도 못하고 방치한 것을 눈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 점은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5분여간 발언을 한 오충일 대표는 이런 장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한 마디 더 해야겠다"면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면서 오 대표는 "검찰이 이런 짓을 했을 때 검찰은 누가 조사해야 하느냐. 검찰이 이 정도의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면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불만을 넘어 노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오 대표는 또 "흘러나오는 얘기를 보면 청와대는 '수사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 이런 정도인데 이게 책임 있는 발언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그러자 친노세력의 대표 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회의도중 오 대표의 발언을 막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 전 총리는 오 대표의 발언 도중 "잠깐만요"를 두 번 외치며 발언을 저지한 뒤 "이미 법사위원들이 법무장관을 방문해 직무감찰을 요구했고 나도 법무장관에 전화해 직무감찰을 요구해 (법무장관이)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공개된 장소다. 지금 그렇지 않아도 (당과 청와대간) 미묘한 점도 있는데…"라며 불쾌해 했다. 오 대표는 이런 이 전 총리에 멋쩍은 듯 "법무 감찰로 하는 거에요?"라며 발언을 마무리 했고 정대철 공동선대위원장은 곧바로 회의를 비공개로 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