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의 BBK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선거유세를 중단하고 규탄대회를 시작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이 이제는 김경준씨의 변호를 하겠다고 나섰다. 당내에 변호인단을 구성했고 6일에는 서울중앙지검 변호인 접견실을 찾아가 김씨를 만났다. 통합신당은 앞으로 매일 김씨를 찾아 그의 주장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를 만나고 온 정성호 의원은 이날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 느낌에 김경준 말이 사실인 것 같다"고 했다. 브리핑에서는 "이(김경준)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라면서도 "김경준과 대화 중 상당 정도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며 김씨의 주장을 신뢰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김씨가 주가조작은 무죄라는 확신을 갖고 있더라"고 했고 "이명박에게 유리하게 진술한 것을 후회하고 있더라"며 김씨 주장을 여과 없이 언론에 공개했다. 한술 더 떠 당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궁금한 게 있으면 적어 달라. 그러면 김경준에게 물어봐 주겠다"고도 했다.

    검찰이 '사기꾼'이라고 밝힌 김씨를 공당이 변호하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지만 통합신당이 5일과 6일 양일간 쏟아낸 발언을 살펴보면 이들의 주장이 크게 상충되는 점을 찾을 수 있다. 5일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김씨에 대해 "주가조작을 했고 미국에서 범법자였고 송환돼 온 사람이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의적 활동한 것은 아니다. 주가조작을 한 경제사범이다. 이 점은 전제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를 스스로 '범법자'로 규정해놓고 그의 주장에 "진정성이 있다"면서 변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동영 후보는 이날 서울 명동 규탄대회에서 김씨를 "세계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제대로 공부한 엘리트"라고 소개했다. "성공한 이민 2세"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정 의원은 취재진에 "김씨가 주가조작에 무죄라는 확신을 갖고 있더라"고 전했지만 정 의원과 함께 브리핑을 한 김현미 대변인은 김씨를 만나고 온 변호인단의 브리핑을 요약 정리하면서 "주가조작 횡령 전 과정에서 이명박과 상의했다는 것이 김경준 이야기"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김씨의 주가조작 혐의 무죄에 무게를 둔 반면 김 대변인은 김씨가 주가조작을 했지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함께 했다는 것으로 두 의원은 다른 설명을 한 것이다.

    더구나 통합신당은 "느낌에 김경준 말이 사실인 것 같다"(정성호 의원)며 명확한 근거와 확신도 없이 범법자의 주장을 여과 없이 공개하겠다고 한다. 이런 정 의원에게 한 기자가 "검찰의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인데 그럴만한 확신이 있느냐"고 묻자 정 의원은 "김경준의 주장이죠"라고만 답했다.  

    통합신당은 자신들의 이 같은 행동을 "진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 후보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상식이 탄핵 당했다"면서 "원천 무효"라고 비판했다. 통합신당은 이날 처음 김씨를 만났다고 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오전 11시 부터 1시까지 2시간 가량 만났다고 한다. 구속된 범법자를 처음 만나 두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눠본 뒤 그의 주장을 신뢰하겠다는 것인데 이 역시 통합신당이 주장하는 '국민의 상식'과는 크게 벗어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