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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자신의 기호 '12번'을 이순신 장군의 '12척 배'에 비유하면서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고 신은 죽지 않았다)라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기호 순으로 조사되는 여론조사 방식 때문에 애가 타는 모양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를 유지해 오던 이 후보는 29일 발표된 중앙일보-SBS-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의 공동 여론조사(25일~27일 전국 만19세 이상남녀 2382명을 대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서 14.7%에 그쳐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15.2%)에게 2위 자리를 뺏겼다.
이에 대해 이회창 캠프측은 여론조사 방법상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론조사의 민심왜곡 현상을 심히 우려한다"며 "객관적 여론조사를 위해 로테이션 방식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혜연 캠프 대변인은 29일 논평을 통해 "지금의 여론조사는 ARS 혹은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다"며 "앞서의 여론조사는 인지도가 높은 후보자들 중심으로 진행돼 왔으나 앞으로는 등록한 후보 12명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기호 순서대로 설문을 불러주는 방식을 사용할 경우 후순위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기호가 뒤쪽에 있는 후보들은 지문이 너무 길어서 보기를 모두 불러주기 전에 먼저 불러준 인물을 중심으로 응답하기 때문에 기호가 후순위인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이 같은 결과는 민심의 반영이 아닌 왜곡이 될 것"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로테이션 방식으로 설문을 제시함으로써 접근 기회의 균등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캠프측은 하루 앞선 28일 선거관리위원회와 전국언론사 및 여론조사 기관에 공문을 발송하고 여론조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후보 보기순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캠프측이 요구하는 로테이션 방식은 예를 들어 첫 번째 응답자에게는 1번부터 차례로 12번 까지 순서대로 읽었다면, 다음 응답자에게는 2번부터 1번까지, 그리고 그 다음에는 3번~12,1,2번 순으로 읽어주는 방식이다.
또한 캠프 측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변인은 "최근 특정 여론조사기관의 조사내용이 바닥 민심의 추세는 물론,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내용과도 동떨어진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면서 "유독 특정 언론기관의 여론조사 보도에서 중요한 시기마다 이 같은 민심의 역주행이 되풀이되는 데는 관련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방식과 설문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발표된 SBS 여론조사(TNS 코리아에 의뢰, 전국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실시, 응답률 20.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2위를 지켜오던 이회창 후보(16.3%)를 통합신당 정 후보(17.3%)가 앞섰다. 이와 관련 이회창 캠프 측은 SBS를 향해 "이회창 후보가 출마선언 이래 지금까지 언론 발표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2위를 지켜오고 있음에도, 이번 SBS 여론조사에서 갑자기 순위가 뒤바뀌었다"면서 "여론조사 기법상 어느 특정후보에게 특별히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번과 같은 갑작스런 지지율 역전현상은 발생하지 않는 게 상식"이라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