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후보는 정직하게 진실을 고백하라”라는 제하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던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를 가리켜 한나라당은 명함이 위조고 가짜라는 반박 성명을 냈다.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가 2001년 5월 30일 이명박 씨로부터 직접 명함을 받았다고 주장하자마자 한나라당은 즉각 대응하여 가짜라고 반박 성명을 낸 것이다.

    지금까지 이명박 후보 측은 BBK 명함과 관련해서 “김경준 씨 측에서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을 펴왔던 것이다.

    지난 21일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 김경준 씨 부인인 이보라 씨가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의 BBK명함이 있다고 언급한 그 이후에도 “(이 후보의 비서가)실제 사용했다고 대답한 것은 아니라 한다”고 해명 성명까지 냈다.

    다시 말하자면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의 증언은 BBK가 등록 취소된 한 달 뒤에도 BBK명함을 실제로 사용했다는 말뜻이 되는 것인데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장춘 전 대사가 노출한 명함이 이명박 후보의 것이 아니고 가짜라는 뜻이다.

    일국의 대사를 했던 분으로써 또 보수우파 지도자 중의 한 분으로써 이장춘 전 대사는 결코 거짓말을 하거나 흐트러진 행동을 할 분이 아님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만약 한나라당이 반박 성명을 낼 정도로 이장춘 전 대사가 지적한 그 명함이 가짜라면, 한나라당이 고소∙고발하면 금방 알 수 있을 터인데…

    요즘 한나라당의 모습은 과거의 웅대했던 한나라당의 모습이 아니라 몹시 초조하고 다급한 다혈질의 정당 모습을 풍긴다.

    이장춘 전 대사에게 명함을 공개하게 된 이유가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실을 아는 사람으로서 숨기고 있을 수 없었다. 이명박 후보의 “BBK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거짓말을 한국의 보수·우파가 믿는 바람에 온 나라가 거짓말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 말해야 할 사람들조차 침묵한다. 보수언론은 진실을 모를 리가 없는데도 MB편을 드는 바람에 공범이 돼 버렸다. 대재앙이다. 며칠 동안 고민했다.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개인적 친분과 공적 의무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또 인터넷 기고문에서도 배신감이라는 표현을 썼었는데 배신감의 뜻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장춘 전 대사는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對北정책에 분노해왔다. 적어도 10월4일 전까지는 그냥 못마땅해왔다. 그러다 10·4평양선언을 보고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10·4선언은 남북간의 대선을 앞둔 정치적 결탁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어떠했나? 강재섭 대표는 “10·4선언이 통일의 디딤돌”이라며 “초당적 협력” 운운했다. 정형근의 신대북정책은 뭔가? 이명박 후보의 태도 역시 애매하고 불분명했다. 이런 식으로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돼도, 이 같은 문제점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는 좌파에게 국회를 빼앗길 수 있다. 이명박 후보는 우파가 아니다. 기회주의자가 대통령이 되고 내년 총선에서 좌파가 국회를 장악하면 정권교체가 안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장춘 전 대사는 보수층에 널리 알려진 외무관료 출신이다.

    정황을 판단해 볼 때, 이장춘 전 대사가 안 받은 명함을 받았다고 할 리는 없는 듯싶다. 명함을 조사해보고 또 이장춘 전 대사가 이명박 후보를 만났다는 수첩 메모도 있는 만큼 파악을 해보면 한나라당은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장춘 전 대사와 이명박 후보는 자주 만났던 지인으로 알고 있다.

    권력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상반된 상황으로 도달해야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한나라당은 무조건 BBK와 관련하여 불리한 증언이나 증인이나 증거가 나타나면, 일단 ‘조작이다’, ‘위조다’, ‘가짜다’, ‘아니다’, ‘이회창 지지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라는 등등으로 우선 강하게 부정하는 성명을 발표해놓고 본다. 그것이 살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의 지금 모습은 한마디로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탄 형국’이다.
    이명박 후보라는 호랑이 등에 타서 사력을 다해 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도 없고, 정지할 수도 없다.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은 운명 공동체가 되어 버렸다.
    진실도 거짓말도 별로 의미가 없는 듯하다.
    무조건 생명을 걸어 놓고 승리를 향해 달릴 뿐이다.

    생명을 걸고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탄 한나라당의 운명은 승리를 해야만 존속할 수 있는 정당이 되어버렸나. 만약 승리하면, 천하를 다 얻고 무소불위로 칼을 휘두를 수 있겠지만, 만약 패배한다면 어떻게 될까.

    달리는 호랑이가 알아서 서든지 정지하든지, 아니면 한나라당이 생명을 걸고 호랑이 등에서 떨어져 나오든지 하는 길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듯싶다.

    어떡하다가 이토록 내용이 복잡한 호랑이 등을 타고 달려야만 하는 운명이 되었을까.

    바로 이것이 2007년 한나라당의 운세다.

    이장춘 전 대사가 제시한 명함이 가짜라면, 한나라당이 지체 없이 검찰에 고소∙고발하면 될 것이 아닌가.

    한나라당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그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