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발표된 SBS 여론조사에서 이회창씨(16.3%)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17.3%)에게 밀려 2위 자리를 내주자 이회창 캠프 측은 SBS에 항의하는 한편, 지지율 만회를 위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공격을 강화했다. 또 예정됐던 3차 지방투어 계획도 잠정 유보하기로 했다.    

    19일 이씨 캠프 이혜연 대변인은 "이회창 후보가 출마선언 이래 지금까지 언론 발표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2위를 지켜오고 있음에도, 이번 SBS 여론조사에서 갑자기 순위가 뒤바뀌었다"면서 "여론조사 기법상 어느 특정후보에게 특별히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번과 같은 갑작스런 지지율 역전현상은 발생하지 않는 게 상식"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대변인은 "다른 복수의 언론기관 조사 결과와 달리, 유독 SBS 조사 결과만 지지율 순위가 뒤바뀐 것으로 나왔으므로 당연히 의문을 갖는 것"이라고 밝힌 뒤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수시간 전에 이미 그 내용이 한나라당에 전해져 대변인실에서 배포됐다"며 SBS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SBS 여론조사(TNS 코리아에 의뢰, 전국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실시, 응답률 20.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이씨 지지율은 16.3%에 머물러 정 후보가 이씨 출마 후 최초로 2위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이회창 21.9%, 정동영 14.3%였던 지난 9일 조사와 비교하면, 정 후보는 4.0%포인트 상승한 반면 이씨는 5.6%포인트 급락했다.

    이회창 캠프 측의 아침회의에서도 여론조사 결과를 성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용남 캠프 부대변인은 19일 아침 브리핑을 통해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임하자고 다짐하는 자리였다"면서도 "회의 참석자 대부분이 해당 방송사 여론조사 결과가 오늘 아침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와 3~5% 포인트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캠프 분위기를 소개했다.

    조 부대변인은 이어 "이회창 후보는 2차 지방투어를 끝으로 3차 지방투어는 당분간 유보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현재 정국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조치는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귀국과 검찰수사를 계기로 반사 이익을 기대했던 캠프의 내심을 반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조 부대변인은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의 비난을 "여론조사가 신주단지라도 되느냐"고 맞대응하면서 공세수위를 높여갔다. 

    SBS 조사결과와 관련해 18일 한나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회창을 지지했던 역선택 세력들이 이제 정동영에게 회귀하고 있다"면서 "이회창의 지지율은 이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신세일 것이다. 이회창 후보는 지지율이 한자리로 내려앉기 전에 출마를 포기하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라"고 압박했었다.

    이에 조 부대변인은 "이명박 후보의 법적 책임이 가려질 BBK 주가 조작 사건을 비롯해 두 자녀 위장취업 탈세, 건강보험료 축소 납부, 도곡동 땅투기 의혹, 본인 소유 건물 임대소득 탈세 의혹 등으로 국민적 분노와 실망이 고조되고 있는 마당에도 관심은 오직 여론조사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불과 얼마 전까지 국내 유력 여론조사기관의 최고위직을 지낸 분이 이명박 후보의 '정치적 스승'이라는 소문과 함께 한나라당 선대위 고위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소리도 모르느냐"고 비난했다.

    또한 캠프 이혜연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한나라당 이 후보를 향해 "입에 올리기 조차 부끄러운 온갖 치졸하고 심각한 사안의 중심에 서 있는 이명박 후보가 보수 운운한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처사"라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의 선택은 하늘의 선택임을 알고 부디 자중자애 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