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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뭉치자' '호남 뭉치자'는 말만 하며 저급한 전략을 쓰는 호남 지역 국회의원들 하고는 답답해서 일을 못해 먹겠다"는 지난 8일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공교롭게도 12일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일에 나왔다.
잔칫날 노 대통령이 재를 뿌린 셈인데 신당 측은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질문에 통합신당 측은 답변을 피하고 있다. 신당에선 당 전체를 겨냥한 것이 아닌 호남지역 의원들을 거론한 만큼 호남 의원들에게 물어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고 호남 의원들은 지금 당 지도부가 통합작업에 나선 만큼 불필요 한 논쟁을 피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뒤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건 호남 의원들한테 물어봐야지"라며 답변을 피했다. 거듭 질문하자 "글쎄… 글쎄… 뭐…"라며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보였다.
호남 의원들은 아예 말문을 닫았다. 채수찬(전북 전주덕진) 의원은 "어떤 맥락에서 말씀하셨는지 몰라서 코멘트를 못하겠네요"라며 답변을 꺼렸고 이영호(전남 강진·완도) 의원 역시 "글쎄요. 그런 말은 안하셨을 텐데…"라고 말한 뒤 재차 묻자 "저는 (그 자리에) 안가서… 나중에 통화할게요"라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민주당의 이상열(전남 목포) 의원의 경우 "그 분이야 뭐… 노 대통령이야 말을 기분 내키는 대로 하시는 분 아니에요. 지금 우리가 중요한 것은 연말 대선에서 개혁정권을 세우느냐, 못 세우느냐가 중요하지 지금 노 대통령 발언 한 마디 때문에 우리가 일희일비 할 그런 것은 아니죠"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언론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언론이 노 대통령의 말꼬투리를 잡아 신당과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신당의 최규성(전북 김제·완주) 의원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묻자 "할 얘기가 없다"고 했다. 다시 묻자 "말꼬투리 잡는 것 아닙니까"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의원은 "(노 대통령의) 말꼬투리를 잡아서 언론이 (호남 의원들과) 이간질 시키려 하는 것"이라며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최 의원은 "노 대통령이 호남 의원들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노 대통령이 호남 의원들 그렇게 괄시하지 않아요. 내가 호남이지만 노 대통령을 가까이 지켜본 바로는 노 대통령 마음속에는 어느 지역보다 호남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