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도 이회창 전 총재의 총애를 받았던, 그리고 남 보기에는 이회창 전 총재에게 누구보다도 가장 충성을 바치는 모습으로 비춰졌던 비서실장, 그리고 센(?) 자리는 다 노크해봤던 잘 나갔던 권철현 의원이 이번에는 낯간지러운 ‘단식 쇼’를 하고 있다.

    그냥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하면 넘어갈 수 있는 것을, 처음에는 이상한 모습으로 잠적(?)을 했다고 언론이 전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권철현 의원은 무엇을 보여주고 싶기에 단식 농성한답시고 정좌하고 앉아 있고, 더더욱 그의 뒤에는 파란바탕에 흰 글씨로 ‘총재님! 사랑합니다. 그러나 출마는 잘못된 것입니다’라는 대형 현수막까지 걸어 놓고 이런 ‘정치 쇼’를 꼭 했어야 했을까.

    정치적인 제스처치고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 보기가 정말 민망스러울 정도로 이상한 느낌을 갖게 된다.

    권철현 의원은 공개적으로 언론을 향해 “지난 2002년 우리 모두가 역사의 죄인이었으며 이제는 그 원죄로부터 벗어나야 할 때”라면서 “제가 총재님께서 가시고자 하는 길에 동참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참담하고 처참한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제법 충정에서 말하는 척하며 도사처럼 “이 전 총재가 하루라도 빨리 한나라당으로 돌아와 이 후보와 두 손 잡고 반듯한 나라를 만드는데 큰 힘이 돼 달라”고 했다고 한다.

    진정으로 호소하려면, 남 몰래 자기가 그토록 충성심(?)으로 모셨던 이 전 총재를 찾아가 자기의 진심을 표현했어야 했고, 또 스스로가 그토록 부끄럽다면, 국회의원 옷을 벗는 ‘진정 쇼’를 했다면 권철현 의원의 진정성은 인정받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더더욱 이 전 총재가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고 자랑삼아(?) 말하기도 했다니 이런 분이 국회의원이구나 하고 생각해보니 하늘이 컴컴해 진다.

    더욱 웃긴 것은 이명박 후보와 사전 협의가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비서 측에서 전화가 왔으나 짜고 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까봐 받지 않았다. 독자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체구가 거구(?)처럼 보이는 권철현 의원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것은 그나마 의학적으로 볼 때 건강을 위해 다행이라고는 생각된다.

    보여 줄 것이 없어 대선 한 달여를 앞두고 시선을 집중시켜 꼭 단식까지 해야 하는 권철현 의원의 정치관은 정말 알고도 모를 일이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예전에 모시던 분을 위해 가만히 있는 것이 본인이나, 또 모셨던 이회창 전 총재나, 또는 지금 모시고 있는 이명박 후보에게 골고루 다 좋았을 터인데, 색다른 연출을 시도하기라도 하 듯 큰 현수막까지 걸어대고 단식 농성을 해야 하는 권철현 의원의 기행(奇行)을 보통 사람의 머리로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헷갈리기만 한다.

    이런 ‘쇼’가 정치인이 표현해야 하는 진정한 충정의 표출이었을까?

    권철현 의원이 말한 대로 역사의 죄인이라면, 또 원죄를 벗기 위해서라면 권철현 의원 스스로가 모범적으로 의원직을 집어 던져야 되는 것이 오히려 사나이다운 도리가 아니었을까.

    이상야릇한 단식 농성을 하며, 이상야릇한 현수막을 걸고,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는 국민들의 심정도 한번쯤은 헤아려보았어야 할 것이 아니었을까.

    언필칭 ‘마음의 스승과도 같은 분’이라고 하면서 ‘그런 분께서 잘못된 판단으로 잘못된 길을 가시고자 하는 것을 보면서 번뇌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표현해야하는 권철현 정치인의 모습에서 한없는 인간적인 허무와, 인간적인 비애와, 인간적인 허탈을 느끼는 것은 웬일일까?

    아무리 세상이 뒤집어지고 역겨움으로 가득 차 있다하더라도 비서실장 했던 분이 이러한 ‘정치 쇼’를 하는 것을 보고 이보다 더 보아서는 안 될 ‘비극 쇼’가 대한민국 정치판에 또 있었을까 한번 생각을 해 본다.

    정치가 무엇 이길래…
    국회의원 뺏지가 그 얼마나 중요하길래…

    정치인들이여!
    권철현 ‘쇼’를 보고 무엇을 느끼시나이까?
    감격했습니까?
    아니면 오욕을 느꼈습니까?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