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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처가 또 하나 늘겠구만"
최근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기자들의 푸념이다.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은 취재원에 따라 다양한 구분이 가능하겠지만, 오랜 기간동안 치열한 경쟁을 치른 탓에 이명박 대선후보 담당기자와 박근혜 전 대표 담당기자로 흔히 나뉘어왔다. 이제 여기에 이회창 전 총재 담당이 따로 생겨야할 판이라는 소리다. 같은 당내에서 '마크맨(markman, 운동경기에서 쓰이는 말이지만 특정 취재원을 전담하는 기자를 일컫는다)'이 셋씩이나 필요하니, 통상적 정당 활동과 국회일정까지 생각하면 어지간한 언론사가 아닐 경우 일일이 기사를 챙기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박 전 대표측 말대로 경선은 두달전 끝났다. 그런데 아직 박 전 대표측 담당기자가 필요하다. '기사'가 나온다는 말이다. 박 전 대표측은 그동안 승리한 이 후보측에서 '오만'으로 패자를 배려하지 않은 채 '승자독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에는 박 전 대표까지 나서서 당 사무처 인사에 대해 "저를 도운 사람들이 죄인인가요"라며 불만을 표하거나, 이재오 최고위원의 발언을 문제삼아 "오만의 극치"라는 표현으로 당내 갈등을 확산시켰다. 5일에는 경선과정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인사 3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이 후보측을 성토했다.
지난 8월 이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날,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박 전 대표의 승복연설에 모든 이는 찬사를 보냈다. 경선과정에서 격렬한 공방이 오가며 당 분열까지 우려됐었지만, 박 전 대표의 이 한마디가 모든 것을 날려버린 듯했다. 이 후보역시 "한국 정치사상 유례없는 성공적인 경선으로 마감하게 된 것은 박 전 대표의 깨끗한 승복때문"이라고 자주 언급해왔다.
최근 이 후보를 겨냥한 박 전 대표측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권다툼이란 지적이 많다. 또 임박해진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 다수의 시각이다. 박 전 대표측이 이 최고위원 사퇴요구에 이어 대선을 40여일 앞둔 상황에서 중앙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방호 사무총장의 퇴진까지 주장한 것은 무리로 보인다.
'노욕(老慾)' '대권병(大權病)' 등 갖은 비난속에서도 이 전 총재는 여론조사 지지율 20%대를 단숨에 점하며 일년이 넘게 대세론을 주도해온 자기당 대선후보를 흔들고 있다. 그러나 '당원으로 돌아갔을'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의 탈당과 출마설 등 '해당행위'와 관련해 아무런 말이 없다. '깨끗했던' 승복연설역시 이 후보를 위해 아무 역할도 맡지않겠다는 의미로, '백의종군'에 방점이 찍혀있었다는 말이 나온다.어차피 화합과 협력을 해야겠다면 승자가 패자의 상처를 먼저 다독여야한다. 이같은 이유로 이 후보의 부족했던 '포용' 노력을 비판하는 시각이 더 많다. "좌시하지않겠다"는 발언 이후 이 최고위원이 보인 사과의 진정성도 의심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패군장불가이언용(敗軍將不可以言勇). 승자의 아량을 주문하는 것은 제 3자가 할 일아닌가. 경선 이후 두달동안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를 바란다'던 박 전 대표측의 '오만'은 없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