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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측이 이재오 최고위원 사퇴요구에서 나아가 이방호 사무총장 퇴진까지 주장하고 나서자 이명박 대선후보 진영에서는 "해도 너무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기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포함해 이 후보가 박 전 대표에 대한 좀 더 가시적인 '포용'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지만, 점차 반발기류가 확산되는 조짐이다. 이 최고위원이 수차례 직접 사과까지 한 마당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측 한 관계자는 6일 "말로만 승복이었다. 경선에 패하고도 승자노릇을 하겠다는 게 아니냐. 해도 너무 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어제(5일) 박 전 대표측 오찬 모임에서 나온 발언을 보니 참 어이없었다"며 "'오만의 극치'라는 말을 박 전 대표측에게 되돌려줘야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전날 경선기간 동안 박 전 대표측 캠프에서 활동한 의원 30여명은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김기춘 의원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명목의 자리를 갖고 '이재오, 이방호 퇴진'을 주장했다.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은 "너무 당권 대권을 어떻게 분리하느니, 당권을 잡아야 우리가 산다느니, 또 당권을 놓고 싸운다든지 이런 그게 좀 없었으면 좋겠다"며 박 전 대표측에 대한 섭섭함을 '점잖게' 표현했다. 그는 "다들 한 발씩 물러나서 당권에 너무 집념을 두고 사생결단하는 식으로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측은 박 전 대표측의 요구 수준이 높아진 까닭을 크게 두가지로 본다. 박 전 대표가 대선 후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이 후보 측근 '가지치기'를 꾀한다는 시각이다. 당직을 가진 이 최고위원과 이 사무총장을 먼저 타깃으로 삼아 이 후보를 무력화시킨 뒤 나아가 이 후보의 참모그룹인 6인회의, 복심 정두언 의원까지 겨냥할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최고위원의 거취문제도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박 전 대표측의 속내는 내년 총선 공천문제와 직결돼있다는 것이다.
또 이회창 전 총재의 탈당과 출마가 박 전 대표측의 목소리를 커지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출마선언을 할 경우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이 전 총재가 최근 가장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박 전 대표의 몸값도 더불어 올라가고 있다고 본다. 이 후보측 한 인사는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이 전 총재에개는 단 한마디도 않으면서 당내 분란만 야기하고 있다"며 박 전 대표를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만나지도 않겠다는 박 전 대표를 끌어안기보다 이 전 총재를 주저앉히는 것이 빠를 것 같다"고도 했다.
이같은 적전 내부분열에 대한 우려로 이 후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후보의 공식적 입장은 "박 전 대표, 이 전 총재와 함께 가야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특히 주말께로 예정된 대구·경북 지역 당원대회에 박 전 대표가 불참할 경우 당 분열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며, 이는 곧 이 후보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 좀 더 적극적인 구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통 지지기반을 다지는 데 박 전 대표의 협력이 절실한 만큼, 강온 양면책을 동원해야한다는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