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6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5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안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후보는 “내가 부족한 탓”이라며 “박 전 대표와의 관계에서 더없는 노력을 하겠다. 앞으로 우리 진영에서 일했다고 해서 당의 화합을 깨는 어떤 언행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이재오 최고위원도 깨달았을 걸로 안다. 말 한마디를 조심하도록 하고, 단합·화합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금 야권을 소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이회창 문제’는 사실은 ‘박근혜 문제’다. 여론조사 결과 현재 이회창씨를 지지하는 층은 대부분 박 전 대표 지지층이 옮겨간 것이라고 한다. 이 후보가 박 전 대표와 손을 맞잡고 국민 앞에 섰다면 이회창씨는 결코 출마할 생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회창 문제’는 곧 ‘박근혜 문제’이고, 이것은 근본적으로는 ‘이명박 문제’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지 두 달이 넘은 지금까지 이 후보는 ‘이명박 문제’로부터 파생된 ‘박근혜 문제’, ‘박근혜 문제’로부터 파생된 ‘이회창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 왔을까. 국민은 아무것도 본 것이 없다.

    이 후보는 이날 불화의 원인으로 찍혀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을 직접 거명해 경고했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도 결국은 이 후보의 측근일 뿐이다. 국민은 이 최고위원이 이 후보의 어떤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모든 문제가 이 후보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해도, 이 후보 하기 나름으로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한나라당 내 갈등의 근본 원인은 이번 대선이 아니라 내년 국회의원 총선 공천 문제라고 한다. 경선에서 패한 쪽은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칼자루를 쥔 이 후보 쪽의 언행이 그런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이 후보가 현재의 국면을 수습하지 못하면 한나라당 경선의 뒤끝은 결국 실패와 불복으로 먹칠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후보의 자기를 낮출 줄 아는 정치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