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김대원 한나라당 선대위 뉴미디어팀 디지털 팀장이 보내온 칼럼입니다>

    “동지 여러분께서 또다시 가시밭길을 걷게 한 이 못난 사람은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모든 게 제 불찰이고 제 책임입니다.”

    2002년 12월 20일 이회창 총재님(당시 직함)은 눈물을 글썽이며, 정계 은퇴 연설을 하셨지요. 그 때 저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당사를 나가시는 이회창 총재님을 저희는 눈물로 보내드렸습니다.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지곤 합니다. 

    그러나 이젠 울지 않으렵니다. 한나라당에 세 번째 패배가 있어선 안됩니다. 저는 1995년 겨울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사무처에 공채로 들어왔습니다. 그 후 모두 두 번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습니다. 이 총재는 그 두 번의 기회를 모두 날려버리셨습니다. 그렇게 두 번의 선거에서 졌지만, 저희는 올해 반드시 이겨야겠습니다. 그것은 비단 우리 당의 승리 패배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미래에 관한 절체절명의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저 무능한 정권을 연장시켜, 이 나라가 망해가는 꼴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 이상한 이야기들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회창 총재님의 ‘대권 3수설’입니다. 솔직히 화가 납니다. 경위야 어떻게 됐건 두 번이나 당에 패배를 남기시고 떠나신 분이, 또다시 우리 당을 망치는 결과를 낳을까 두려워서입니다.

    이 총재님은 정계 은퇴 연설에서 “깨끗이 물러나겠습니다. 패배의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환골탈태하여 국민의 마음에 가까이 가는 새로운 한나라당을 꼭 만들어 주십시요”라고 당부하셨지요. 

    지금 한나라당은 그 어느 정당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 당 이명박 후보는 다른 모든 정당의 후보자 지지율을 합쳐도 상대가 되지 않을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총재님 말씀처럼 저희 당이 지금처럼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서 본 적이 있습니까?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재라도 뿌리시겠다는 겁니까?  출마라니요? 백번 양보해 출마를 결심하셨다면 박근혜 홍준표 원희룡 후보처럼 당당히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나와 경선에 임하셨어야죠. 지금도 이 총재님은 한나라당 당원입니다. 

    범 여권의 정동영 후보나 문국현 후보 진영은 요즘 신이 난 모양입니다. 이를테면 이회창 후보는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해당행위를 하고 계신 겁니다. 지금처럼 모호한 태도를 취하시면 한나라당 윤리위에라도 제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젊은 당 사무처 직원들 사이에선 나오고 있습니다.

    5년 전이 생각납니다. 저희들은 새벽에 나와 밤에 들어가면서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10만원 20만원 기안을 올리면서도 벌벌 떨 만큼 저희는 당 살림을 알뜰하게 했습니다. 저희에겐 1997년 이회창 후보가 패배한 후의 혹독한 시련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월급이 확 줄었습니다. 아니 월급이 아예 안 나오는 달도 있었고, 재정 압박에 못 이겨 순환휴직도 해봤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다짐했습니다. “참고 기다리자. 우리에겐 이회창 후보가 있다, 2002년 정권을 되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2002년도 저희는 무참하게 패배했습니다. 더 큰 충격은 그 후에 왔습니다. ‘변화하지 않은 한나라당으로는 안되겠다’고 절치부심하는 저희들에게 날아든 뉴스가 있었습니다.

    차떼기당 사건-. 저희가 1원을 아끼던 그 순간, 바로 옆 방에는 수백억원의 돈이 굴러다녔다는 사실을 알고선 솔직히 이 총재님과 당시 서청원 대표 같은 분들에게 정이 떨어졌습니다. 인간적인 배신 아닙니까? 저희는 밖에서 “선거 때 돈 많이 챙겼겠네”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 부패정당 이미지를 벗고, 그 어느 때보다 한나라당 집권이 가까워진 지금, 과거의 악몽을 연상시키는 주인공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회창 총재님, 당장 확실한 태도를 취해 주십시오. 출마를 하시든지, 않든지 그건 이회창 총재님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발생할 일에 대해선 책임지셔야 합니다. 과거의 인물들이 이회창 총재님 곁으로 모이고 있다는 뉴스들을 접하면서, 저는 무슨 악취를 맡는 듯 싶습니다.
    왜 그렇게 사십니까?

    그토록 당신께서 비판했던 좌파 정권의 피에로가 되시려는 것은 아니시겠죠? 결국 지금 벌어지는 일의 수혜자가 누구인지는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회창 총재님, 잘 판단하십시오.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을 위해 빨리 결단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저희들, 한나라당 직원들은 이제 다시는 울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는 강해지고, 독해졌습니다. 

    이회창 총재님의 계속 머뭇거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더 이상 과거의 웰빙당 같은, 부패 냄새나는 물렁물렁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저희는 오랫동안 굶주렸고,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이회창 총재님께 읍소합니다. 당장 불출마 선언을 하셔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정리해 주십시오. 두 번 한나라당에 패배를 안겨 주셨지만 세 번째는 승리를 안겨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글 중에 다소 격한 표현이 있었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만큼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의 사정이 절박합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건강 조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