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집안문제'로 고민이다. 잊어버릴만하면 터져나오는 박근혜 전 대표측의 불만표출이 괴롭히는데다, 최근 이회창 전 총재의 무소속 출마설까지 제기되면서 '외부의 적보다 집안단속이 대선승리의 관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

    이 전 총재의 출마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명분상으로도 희박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전 총재 출마설이 '이명박은 불안한 후보'라는 인식을 전파한다는 점에서 신경쓰이지않을 수 없다. 이 전 총재는 24일 강경보수단체의 장외집회에 연사로 나선 데 이어 25일에는 한 시민단체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외부활동에 적극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24일 보수진영을 향해 "정치권은 대선에서의 표를 의식해 소위 '수구꼴통'으로 몰릴까봐 몸조심하고 있다"는 이 전 총재의 발언은 이 후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으면서 '다른 뜻'을 의심케 했다. 이 전 총재 본인역시 출마여부를 묻는 질문에 "나중에 얘기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총재가 일단 무소속으로 후보등록을 한 뒤 이 후보의 지지율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 후보의 낙마'에 대비해야한다는 명분에 기초한 이 가설은 대선에 임박해서도 이 후보가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할 경우, 이 전 총재가 미련없이 사퇴하고 이 후보를 적극 지원해 극적 효과를 더하게 될 것이라는 그럴듯한 내용도 담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속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흥주 특보는 "빠른 시간 내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의 끈을 놓지않았지만, 이종구 전 언론특보는 "성공할 확률이 희박한 도전"이라며 이 전 총재가 출마로 최종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 전 총재의 출마설 자체를 받아들이지않는 시각이 많다. 두번 대선실패의 책임을 지고 있는 이 전 총재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삼수(三修)'에 도전한다는 것이 당에 도움되지도 않을 뿐더러, 국민들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점이다.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패배 후 스스로 죄인이라고 칭하지 않았었느냐"고 지적했다.

    경선당시 이 후보를 지지했던 박종웅 전 의원은 25일 민주연대21 회원들과 함께 "사실상 대선주자 행보를 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도 이 전 총재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즉각 불출마입장을 밝혀야한다"고 촉구했다.

    이 후보측은 당 원로들이 개인자격으로 예방하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자연스러운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여러 경로로 접촉중"이라며 "이 전 총재도 이 후보를 도울 것으로 안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애매모호한 최근 행보에 대한 불만섞인 표정도 엿보인다. 이 전 총재측 이종구 특보를 선대위에 영입하는 과정에서 이 전 총재의 심기가 불편해진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이 후보측 한 초선의원은 "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지 잡아두려고만 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의 간헐적인 움직임도 해결과제다. 특히 박 전 대표 캠프 상임고문을 지낸 서청원 전 대표와 이 전 총재의 회동에는 곱지않은 시각이 많다. 이 자리에서 서 전 대표는 "이 후보측이 박 전 대표측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고 비난했으며, 이 전 총재도 일부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측 한 관계자는 "당 대표를 지낸 분이 그런 식으로 당의 분란을 야기해서야 되겠나"며 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을 만나 "(경선에서) 나를 도운 게 죄냐"며 불만을 나타낸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캠프 관계자들과 만나 "꼭 살아남아달라"고 당부하는 등 박 전 대표의 최근 행보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가 이 후보를 아직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전 대표측은 "뭉쳐야산다"며 대선 뒤 총선을 준비하자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 후보측은 50%대를 훌쩍 넘는 지지율 고공행진 속에서 이같은 '집안문제'가 대세론을 흔들 변수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고민거리라는 사실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 후보측 한 관계자는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