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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른바 '진보' 성향의 언론을 중심으로 한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가 다시 일고 있다. 10·4 합의문에 명시된 통일 지향적인 법제도 정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이 꼽힌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북한은 줄곧 통일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국보법 폐지를 요구해왔고, 이에 대한 우리쪽 보수단체들의 반발로 향후 이 문제가 남남 갈등의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0월 8일부터 민주화를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 등 이른바 진보성향단체들로부터 기고를 받아 '왜 다시 국가보안법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측은 "북한을 '적국'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보법은 지난 2004년, 17대 국회 때 개폐 움직임이 일었지만 보수측의 반대로 무산됐다"면서 "한반도가 전쟁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체제로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릴레이 기고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16일 현재까지 네 편의 글이 연재되고 있다.
오마이 "국보법은 국가보안 아닌 독재·대재벌·미국과 일본의 이익 보안법" 주장
8일자 보도된 임헌영(작가회의, 민족문제연구소장)씨의 '21세기 대한민국 법률에 담긴 리승만의 국가관'에서 그는 "보안법 제정 당시부터 국보법은 악법이었다"면서 "국가를 '보안'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법 때문에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했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이 법은 1948년 12월 1일 법률 제10호로 전문 6조와 부칙을 제정, 49년 12월 19일과 50년 4월 21일의 개정에서 전문 2장과 부칙으로 개정, 시행 기일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으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시행령을 제정하지 못했었다"며 "따라서 6·25와 같은 대혼란 속에서도 이 법은 없었기 때문에 국보법 유무가 민족적 혼란을 다스리는 데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고 설명했다.또 그는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국보법에 취지에 대해 '국가보안'이 아닌 '독재·대재벌·미국과 일본의 이익 보안법'이라고 칭했다. 이 법에서 지칭하는 '국가관'이 세계사적으로 공인된 국가가 아니라 "친일파 옹호, 분단 고착화, 친미사대주의, 문민이든 군부든 독재권력 체제 유지, 독과점 대기업 이익 옹호, 국민 복지나 노동자 농민 권익과 여성의 평등권 등 각종 인권 사상 반대, 학문과 예술의 현실비판 반대, 민족주체적인 사회체제가 아닌 미국 의존형 세계화 지향 등등의 바탕 위에 형성된 국가체제를 지칭한다"는 것이다.
"정상회담 성실한 이행위해 국보법 폐지해야"지난 8일자 최병모(변호사, 전 민변회장)씨는 '국보법은 효력이 상실되었다고요?'라는 글에서 "1949년의 국회프락치 사건, 1958년의 진보당 사건, 1973년의 최종길 교수 사건, 1975년의 인민혁명당재건위원회 사건 등 국보법이 만들어 낸 정치적 조작사건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면서 "현재 국보법 위반사범의 숫자는 현저히 줄어들었으나, 최근의 송두율 사건, 전교조 통일위원회 김맹규·최화섭 사건, 사진작가 이시우 사건들을 보면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국보법이 살아있는 한 우리는 언제라도 이 법으로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
또한 12일자 보도에서 안병욱(민교협,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씨는 '국보법 족쇄에 발목잡힌 대한민국'이라는 글을 통해 "국보법은 사회진보와 역사변화를 가로막기 위한 수구적 통제 장치"라고 주장한다. 안씨는 "반공 기득권층은 국보법을 앞세워 맹목적인 분열과 갈등을 조장했고, 우리 사회를 막연한 두려움과 적대의식에 휩싸이게 만들었다"면서 "국보법은 통일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기 때문에 우리의 창의적 사고와 민주적 실천을 억압하는 국보법이라는 족쇄를 차고는 공존공영의 남북관계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10·4합의와 관련해서도 그는 "정상회담을 통해 이루어진 모처럼의 성과를 통일의 초석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또 무엇보다 정상회담의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서 최우선적 과제로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정원장 "국보법, 노동당규약과 동시에 개정돼야"
국보법폐지 반대여론 52%한편, 북한에 대해 저자세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김만복 국정원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국보법 폐지 논란과 관련 "북한도 노동당 강령이나 규약 그리고 형법 조항을 개정해야 하지만 동시에 남한도 이에 상응해 체제 보존을 위한 안보형사법은 두되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본다"면서 "국가보안법과 노동당 규약 개정이 맞물려서 상호 동시에 개정돼야 한다"고 말해 국보법의 일방적 폐지를 경계했다.
또한 최근 남북정상회담 이후 실시한 한 여론조사(10월 8일자 한국일보)에서 국보법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은 39.6%인 반면 반대의견은 52%로 찬성의견보다 10%포인트 더 많아, 아직까지 우리 국민들은 국보법 폐지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